법원 “택배 보낸 사람은 5천만원 손해배상하라”판결

지인의 부탁으로 호주에서 국내 발송 의약품을 대신 택배받았다가 마약사범으로 몰려 감옥살이를 한 여대생이 5천만원의 손해배상을 받게 됐다.

해당 의약품은 국내에서 의사 처방전 없이도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지만, 호주에서는 이 의약품에 마약성분이 있는 것으로 보아 처벌하고 있다.

20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대구지법 김성수 판사는 우리나라에서 호주로 의약품을 보내 대신 택배를 받은 여대생에게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한 김모씨는 4천8백여만원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을 내렸다.

대학생 ㄱ씨는 2017년 어학학습 겸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가 현지에서 ㄴ씨를 만나 친하게 지냈다.

ㄴ씨는 한국으로 귀국한 뒤 ㄱ씨에게 연락해 한국에서 호주로 가는 택배를 받아달라고 요청했다. ㄴ씨는 “식약청에서 인정받은 비타민제품”이라고 말했다.

ㄱ씨는 2018년 1월 택배를 받으러 간 호주 공항에서 현지 공항경찰대에 의해 체포됐다. 혐의는 마약성분이 든 약품을 수입하려 시도한 점이었다.

ㄱ씨가 수령하려던 6개의 박스 안에는 국내에서 비염치료제로 흔히 사용되는 ‘코○○○’ 10만정이 들어 있었다. 국내에서는 의사 처방전 없이 동네 약국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으나, 호주에서는 마약물질이 함유된 것으로 보고 엄격히 통제하는 약품이었다.

ㄱ씨는 전혀 몰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호주 사법당국은 ㄱ씨를 애들레이드 여성교도소에 수감했다. 한국에 있던 ㄱ씨 가족은 호주 현지 영사관을 통해 국제변호사를 선임하는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사태의 해결을 호소했다.

이런 노력 끝에 ㄱ씨는 불기소처분을 받아 7개월만에 풀려나 귀국할 수 있었다. ㄱ씨는 ㄴ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하던 중 택배수령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인물이 ㄴ씨 뒤에 있는 김모씨임을 알게 됐다.

법원은 ㄱ씨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여 김씨에게 4천8백여만원의 손해배상금 지급을 판결했다.

ㄱ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법률구조공단 이기호 변호사는 “의약품과 관련된 법제가 외국과 달라 종종 예기치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한다”며 “내용물이 무엇인지 확인이 안된 것일 때에는 선의라도 대신 수령하는 것은 자제함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