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휴대폰 명의 빌려간 친형이 내 명의로 대출피해 호소

금융회사 휴대폰 본인인증 거쳤으므로 정당한 대출주장

법원“절차 간소화로 인한 책임은 금융회사에 있으므로 갚을 의무 없다”판결

금융회사가 모바일 환경에서 영업의 편의상 본인확인 절차를 간소하게 했다가 사고가 나면 금융회사에 책임이 있다는 법원판결이 나왔다.

특히 법원은 휴대전화 본인인증에 대한 신뢰성을 낮게 보며, 이를 보완하는 추가적인 본인확인 수단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2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제2민사부(재판장 김기현)는 현대캐피탈이 A씨를 상대로 제기한 대여금 반환소송 항소심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2018년 9월 친형 B씨에게 자신의 운전면허증 사본과 통장 사본을 건네줬다. 동생의 명의로 휴대폰을 소유하고 있던 B씨가 휴대폰 교체를 위해 동생의 운전면허증 사본 등을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B씨는 동생으로부터 운전면허증 사본 등을 건네받은 직후 자신이 사용하던 동생 명의의 휴대폰을 이용해 현대캐피탈에서 비대면 실명확인을 거쳐 2천 2백만원을 대출받아 중고차를 매입했다.

대출 다음날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현대캐피탈에 전화를 걸어 대출 취소를 요청하는 한편, 형인 B씨를 사문서위조죄로 고소해 벌금 3백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아냈다.

한편 현대캐피탈은 A씨의 대출 취소 요청을 거부할 뿐 아니라 도리어 “이자가 연체되었으니 대출금을 일시에 갚으라”고 요구했다.

현대캐피탈은 휴대폰 본인인증과 운전면허증으로 본인여부를 확인한 만큼 A씨에게 채무변제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A씨를 상대로 대여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A씨도 이에 맞서 대한법률구조공단을 방문해 도움을 요청했다.

1심은 원고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여 A씨는 친형이 대출한 금액을 고스란히 갚아야 할 처지가 됐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취소,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영업의 편의를 위해 본인확인 절차를 간이하게 하여 발생하는 위험은 원칙적으로 금융회사가 부담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휴대전화 본인인증은 공인인증서와 달리 신뢰성이 떨어지며, 이를 보완하는 추가적인 본인확인 수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대캐피탈측이 대출금을 A씨 은행계좌에 직접 임금하지 않고 중고자동차 매매업체에 송금한 것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현대캐피탈의 자동차론 약관은 “금융회사가 대출금을 채무자 본인계좌로 입금하지 않아 발생한 채무자 손실은 모두 금용회사가 배상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A씨 명의의 은행계좌로 입금해야 하는 규정을 지켰다면 대출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송을 진행한 법률구조공단의 이재형 공익법무관은 “비대면 금융거래가 증가하면서 관련 쟁송도 늘고 있다”며 “금융회사들이 절차를 간편하게 할수록 본인확인 절차를 더욱 엄격하게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