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별거한 아내가 집을 소유했다는 이유로 영구임대주택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80대 노인이 법원 판결에 의해 보금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됐다.

20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자로 자기 집 없이 살던 이모씨(83)는 2016년 7월부터 대구시 소유의 영구임대주택을 임대하여 살던 중 2018년 11월 대구시로부터 집을 비워달라는 명도청구소송을 당했다.

이씨가 임대주택을 임대하기 이전인 2015년 이씨의 아내가 집과 토지를 보유했기 때문에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과 임대계약서를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2018년에 개정된‘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세대주와 동일한 주민등록표에 등재되어 있지 않는 세대원이 주택을 소유한 경우에도 세대주가 무주택자로 분류될 수 있어서 영구임대주택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규칙 개정 이전에는 세대주의 배우자가 세대주와 동일한 주민등록표에 등재되어 있지 않다 하더라도, 배우자가 주택을 소유한 경우에는 세대주에게 영구임대주택 계약 자격이 없었다.

대구시는 이를 근거로 이씨에게 영구임대아파트를 비워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배우자와 20년이상 별거하며 사실상 남남으로 살아왔던 고령의 이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 억울함을 호소했고, 공단측은 이씨가 무료법률구조 대상(기초생활수급자)에 해당해 무료법률소송을 진행하게 됐다.

공단측 안혜림 변호사는 이씨가 지난 20년간 주민등록표상으로나 실질적으로 배우자와 같은 주소에서 살거나, 같은 세대를 이룬 적이 없음을 적극 부각하는 한편, 혼인관계 파탄으로 사실상 이혼에 해당하므로 배우자의 주택소유에도 불구하고 이씨는 무주택자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재판을 담당한 대구지방법원 이효인 판사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과 임대계약서를 근거로 임대차 계약 해지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지만, 국민주거생활의 안정을 도모하려는 임대주택공급제도의 목적 등을 비추어 볼 때, 이씨가 배우자와 임대차 기간 전후로 동일한 세대를 이룬 바 없고 앞으로도 이룰 가능성이 없는 점을 들어 계약해지를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안혜림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무주택세대구성원에 대한 개념을 실질적이고 현실적으로 해석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한길뉴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