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구조공단
법률구조공단 전경 <법률구조공단 제공>

재개발지역에서 버려진 물건을 주워갔다가 절도죄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70대 남성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기소유예 처분 취소를 받았다. 헌재는 검찰의 부실수사와 자의적 법 적용을 비판했다.

23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최근 헌법재판소는 절도죄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A씨가 제기한 헌법소원심판청구에서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서울 서대문구의 한 재개발지역에서 합판 몇장과 나무묶음, 방충망 등 물건들을 주워 차량에 싣고 갔고, 재개발 조합 직원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동네 할머니들이 경작하는 밭에 울타리를 쳐주고, 농작물 지주대로 사용할 생각이었다”며 “이사가는 주민들이 버리고 간 것으로 주인이 없는 물건”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일관되게 “도로변의 잡초와 쓰레기더미에 방치된 물건들을 주웠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A씨가 재개발지역 내 빈집에 들어가 물건을 훔친 것으로 봤다. 재개발지역 내 빈집들 앞에는 ‘절대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걸려 있었고, 철사줄이 설치돼 출입을 막고 있었다.

A씨는 검찰조사를 거쳐 기소유예 처분을 받게 되자 헌법재판소에 처분취소를 청구하면서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헌재는 A씨에 대한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면서 결정문을 통해 수사기관의 잘못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먼저, 방충망 등이 버려져 있던 장소에 대해 A씨는 빈집이 아닌 도로변 쓰레기더미였다고 주장했으나 보강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또한 A씨의 입장에서는 현장에 방치된 물건들이 버린 물건이라고 보았을 여지가 크다고 보았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A씨가 가져간 물건들이 있던 장소와 당시 상태 등을 좀 더 조사해 절도의 의사와 인식이 있었는지를 확정했어야 했다“며 ”보강수사 없이 청구인의 혐의를 인정하는 기소유예처분을 한 데에는 수사미진과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질책했다.

이 사건을 소송대리한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이보영 변호사는 “수사기관의 소홀한 수사와 자의적 처분으로 누명을 쓰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소유예처분은 범죄혐의가 인정되지만 공소를 제기하지 않고 사건을 마무리 하는 것으로, 다투기 쉽지 않아 피의자 입장에서 억울해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헌법소원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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