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그 땅은 농부 땅, 농어촌공사는 부당이득 반환하라” 판결

농어촌공사가 지번을 착오해 남의 땅에 배수로를 설치했다가 법적 분쟁에 휘말리게 되자 이 땅을 아예 자신의 소유라고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가 법원에 의해 기각됐다.

28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강원도 평창군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던 최모씨(84)는 최근 자신의 땅에 배수로를 설치한 농어촌공사를 상대로 부당이득금을 달라고 요구하자, 공사측은 이 땅을 내어놓으라는 소송(소유권이전등기 청구)을 제기하였다. 결론적으로 최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으로 자신의 땅을 지킬 수 있었고, 약 130여만원에 달하는 부당이득금도 받게 됐다.

문제의 발단은 1995년 농어촌공사가 최씨 마을 인근지구에서 경지정리사업을 하면서 최씨 소유의 땅을 협의취득하면서 일어났다.

공사측 주장에 따르면 134㎡ 넓이의 문제의 토지는 경지정리사업 과정에서 최씨측으로부터 협의취득한 이후 환지처분해 폐쇄하여야 했으나, 행정상 착오로 엉뚱한 토지를 폐쇄하였다고 주장했다. 즉, 이 토지는 공사측 소유이므로 배수로를 설치한 것이 최씨측 재산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최씨를 대리한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주장은 달랐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이 토지는 엄연히 최씨의 소유이며, 이 토지에 관하여 최씨의 소유권보존등기는 공사측의 대위신청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을 부각했다. 즉, 경지정리사업 시행자인 공사가 이 사건 토지를 최씨 소유로 인정하는 등기신청을 하였다는 것이다.

또한 최씨가 문제의 토지에 대해 재산세를 꾸준히 납부해온 점도 부각하면서 공사측이 부당이득 반환 또는 토지매입 등의 방법으로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춘천지법 제1민사부(재판장 신흥호)는 최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공사측이 문제의 토지 대신에 폐쇄했다는 토지의 위치와 면적을 특정하지 못하는 공사측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공사측이 지번을 착오하게 된 경위는 내부사정에 불과하고, 최씨가 이를 알고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공사측은 이 소송이 제기된 때로부터 5년 전에 발생한 부당이득금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시효가 소멸되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것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공사가 ‘국가’가 아니고 ‘준정부기관’임을 들어 민법상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판결했다.

이 사건은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최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법률구조공단 박성태 변호사는 “공공기관의 착오로 인한 사유재산 침해에 대해 법원이 엄격한 판결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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