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등 328건… 27일자로 본격 조사활동 돌입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 정근식)가 27일 최초 진실규명 조사개시 결정을 의결하고 본격적인 조사 활동에 들어갔다.

진실화해위원회는 27일 오전 제8차 전체위원회를 열고, 1호 진실규명 신청 건인 형제복지원 사건 등 328건의 사건에 대해 조사개시 결정을 의결했다. 제2기 진실화해위원회 출범 이후 처음으로 나온 조사개시 결정이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상 3년(1년 연장 가능)으로 예정된 진실화해위원회의 활동은 최초 조사개시 결정일인 27일을 기준으로 시작된다. 이번 조사개시 결정은 제2기 진실화해위원회의 시계가 본격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27일 조사개시가 결정된 사건은 모두 328건(신청인 수 1,330명)이다.

주요 사건으로는 △울산 국민보도연맹 사건 △전남 화순지역 군경 및 적대세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 사건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 △서산개척단 인권침해 사건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연쇄살인사건 용의자 인권침해 사건 등이 포함됐다.

※ 5월 27일 최초 진실규명 조사개시 주요 사건 요약

  • 울산 국민보도연맹 사건 : 한국전쟁 당시 울산지역 국민보도연맹원 등 예비검속자들이 육군본부 정보국 소속 울산지구CIC와 울산경찰서 경찰 등에 의해 경남 울산군 온양면 운화리 대운산 골짜기 등에서 집단 총살된 사건
  • 전남 화순지역 군경 및 적대세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 사건 : 1949~1953년전남 화순군에서 군경의 빨치산 토벌작전과 빨치산 협조자 색출 과정에서 민간인이 희생된 사건. 또한 공무원·경찰·대한청년단원이나 그 가족, 빨치산 비협조자라는 이유로 적대세력에 의해 민간인이 희생된 사건
  •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 : 1975~1987년 내무부 훈령(제410호)에 근거해 부랑인들을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불법 감금한 뒤, 강제노역, 구타, 성폭행 등을 가하고 이러한 가해행위로 사망한 사람들을 암매장한 사건
  • 서산개척단 사건 : 1960년대 초 ‘사회명랑화 사업’의 일환으로 서산 지역의 부랑인, 고아 등을 집단 이주시켜 폐염전을 개간하는 과정에서 강제수용, 강제노역, 강제결혼, 구타, 감금 등 인권유린 행위를 자행한 사건
  • 선감학원 사건 : 광복 후 1982년 폐쇄될 때까지 최소 4,691명의 원생들을 각종 강제노역에 동원하거나, 폭력, 고문 등을 자행한 사건. 다수의 원생들이 구타·영양실조 혹은 탈출하는 과정에서 사망한 사건
  • 연쇄살인사건 용의자 인권침해 사건 : 1986~1991년 경기 남부 일대에서 여성을 상대로 발생한 연쇄살인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다수의 사람들이 용의자로 지목돼 불법체포‧감금 등을 당하거나 증거조작으로 왜곡‧은폐된 사건

특히 형제복지원 사건, 서산개척단 사건, 선감학원 사건 등은 아동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을 대상으로 한 수용시설 인권침해 사건이다.

이들은 기존 과거사 정리의 흐름 속에서는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못했으나, 한국 사회의 비약적인 인권감수성 발전을 통해 새롭게 조명된 사건들이다. 특히 사회로부터 강제로 배제됐던 이들이 스스로 인권을 자각하고 진실규명 촉구 활동에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진실규명 신청 3,636건 접수… 순차적 검토

2021. 5. 21.까지 진실규명 신청 건수는 모두 3,636건(7,443명)이다.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 범위는 △항일 독립운동 △해외동포사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 △인권침해·조작 의혹 사건 △적대세력 관련 사건 △그밖에 역사적 중요 사건으로 진실화해위원회가 진실규명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사건 등이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신청이 접수된 사건에 대해 순차적으로 검토해 조사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시행령상 조사개시 기일(신청 접수일로부터 90일 이내)을 맞춰나가는 것이 목표다.

신청기간 연장·청문회 규정 신설

2기 진실화해위원회는 1기 진실화해위원회 활동 종료 후 10년 만인 2020년 12월 10일 출범했다. 1기 진실화해위원회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미신청·미조사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의 필요성이 학계·시민사회 및 국회 차원에서 꾸준히 제기된 결과다.

※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20. 6. 9.)

1기 진실화해위원회는 우리 현대사 전반의 반민주적·반인권적 사건에 대한 포괄적 과거청산을 목표로 출범한 국가적 조사기구로, 약 4년 2개월간 활동하며 신청된 총 11,175건 중 8,450건(75%)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린 바 있다.

2008년 노무현 대통령이 울산 국민보도연맹 사건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사과한 것을 비롯해, 정부에 공식 사과와 제도개선을 권고하는 등 과거사에 대한 논란을 종식하고 미래지향적인 화해를 이뤄낼 수 있는 제도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권위주의 정권 시기의 조작·은폐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으로 많은 이들이 재심의 기회를 얻었고, 특히 1기 진실화해위원회가 재심을 권고한 79건에 대해서는 전원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2기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 신청 기간은 1년에서 2년으로 연장됐으며, 청문회 규정도 신설됐다. 과거사 정리와 관련해서 청문회 규정이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유력한 제도적 방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근식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은 최초 조사개시 결정의 의미에 대해 “2기 진실화해위원회의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는 의미 깊은 순간”이라며, “피해생존자와 유족, 그리고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로 나아가고자 하는 각계각층의 기대에 화답하는 뜻깊은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마지막 하나의 사건까지 과거의 진실을 끝까지 밝혀서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진실화해위원회가 될 것”이라며, “진실을 찾아 화해와 평화의 길로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진실규명을 근거로 국가의 공식 사과나 법원의 재심을 권고할 수 있다. 또한 진실규명 결정은 위령 사업과 유해 발굴을 비롯한 화해 사업의 근거가 된다.

한편, 진실규명 신청 기간은 2022년 12월 9일까지로, 진실화해위원회와 지자체에서 우편 또는 방문 접수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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