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설대구산악회 적상산 산행 (‘05.10.22)(홍정우) =

간밤에 설악산과 대관령을 비롯한 강원도일대는 작년보다 10일 정도 일찍 눈이 와서 은세계를 연출하였고, 대구에서는 비까지 뿌렸으나 아침에는 날씨가 가을산행을 축하하려는듯이 푸르게 맑아오고 있었다.

법원 앞을 출발한 대형버스가 반월당 동아쇼핑과 성서 홈플러스를 지나서 적상산으로 향하였는데, 두 군데 모두 부담이 없는 웰빙운동인 산행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이른 아침인데도 수백명이 모여 있었다.

김천을 경유하여 양금폭포에서 김정우본부산악회장 일행을 태운 후 대덕을 지나서 옛날 신라와 백제의 경계였던 나제통문을 지나고나니 무주 경내로 들어섰는데 계곡미의 백미라 할 구천동의 절경을 감상하였는데, 산기슭을 감돌며 굽이굽이 흐르는 시냇물, 거울처럼 맑은 웅덩이와 우뚝우뚝 서서 냇물에 그림자를 던지는 기기묘묘한 바위들과 이들을 빚어낸 산봉우리들도 예사롭지 않아보였다. 산좋고 물좋고 공기맑은 이런 곳이 번뇌로 얼룩진 속세를 떠난 선계이리라 싶었다.

무주군 적상면에 있는 1,034m 높이의 적상산은 상산 또는 성상산 이라고도 하는데, 백두대간의 거대한 산줄기가 백두산에서 출발하여 지리산 천왕봉까지 남으로 뻗어갈 때 덕유산에서 북서쪽으로 10여킬로미터 뻗어나간 곳에서 우뚝한 암봉으로 이루어진 산으로서, 금강의 지류인 무주남대천의 발원지이기도 하였다.

적상이란 이름은 빨갛게 물드는 단풍나무가 촘촘히 들어와 가을이 되면 마치 온 산이 곱게 단장한 새색시처럼 붉은 치마를 두른 것처럼 보여서 붙여지게 되었다고 하며 또 바위들도 중생대 백악기 신라층군에 속하는 퇴적암으로 이루어져 붉은 빛을 띠고 있기도 하였다.

이름의 유래가 밝혀주듯 단풍으로 물든 적상산의 가을풍광은 빼어났으며 구천동이 여름의 명소인데 비하여 적상산은 가을의 명소로서 여름에 물이 좋은 구천동으로 향했던 유산객들이 가을이 되면 적상산으로 모여든다고 하는 산이었다.
적상산은 또 삼제가 범접할 수 없는 명산이라고 알려져 조선조는 태백산 아래 각화산과 오대산, 묘향산과 적상산에다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조500여년의 귀중한 사료인 “조선왕조실록”을 이 곳에 보관하였고, 이중환의 택리지에도 적상산을 “난을 피해서 살기 좋은 곳의 하나인 길지”로 꼽을 정도였다.
자기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야산이라도 오를려고 하면 산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시원하고도 상큼한 공기를 맡을진대 바위산이면서도 단풍나무과 신갈나무 등 활엽수림이 우거진 좋은 산을 오르는데 어찌 흥이 나지 않으리오! 낙엽을 밟으면서 오르려니 땀이 나와도 힘든 줄을 모르겠고 능선의 시원한 바람은 달콤한 감로수같이 가슴속까지 시원하였다.
바삭거리는 낙엽소리는 산행객에게 또 하나의 운치를 더해주는데 비록 식물이지만 계절을 순환하면서 자연을 정화시켜주는 낙엽을 생각하노라니 혼탁한 속세의 인간군상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상 가까이 오르니 사적 146호인 적상산성이 나타났는데, 고려말 최영장군이 왜구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하여 쌓았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산성입구에 앞을 가로막은 큰 바위가 우뚝하게 버티고 있었는데, 최영장군이 적상산을 오르다가 길이 막히자 칼로 내리쳤다고 하는 장도바위로서 한 사람이 겨우 빠져나갈 수 있을 정도로 길이 나 있었다.
정상에 다다르니 지호지간에 남한에서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에 이어 4번째로 높은 산인 1614m 높이의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에는 하얀 모자를 쓴 것 같이 눈이 덮힌 설봉이 되어 있었다.
향로봉과 정상인 기봉에서 사진을 촬영한 후 호국사와 더불어 실록을 보관하였던 사고의 수호사찰인 안국사를 지나서 인공호수인 산정호수(적상호)에서 준비해 온 도시락과 김밥을 점심으로 먹었는데, 산행시마다 항상 좋은 술을 내어놓는 김석삼대구산악회장의 권유로 약주를 몇 잔이나 맛보았고, 사과, 배, 단감, 포도 같은 과일을 준비해 온 회원들도 있었다.
귀로에는 대구산악회장의 고향인 삼도봉 밑 부항의 공기가 좋은 맑은 시내 옆 정자에서 김종업대구동창회업무국장과 송설39회 이정수동문이 찬조한 돼지고기와 오징어회안주로 소주, 맥주를 권하면서 맑고 푸른 가을을 즐기다가 돌아왔는데, 창원을 비롯하여 본부인 김천과 서울 등 전국적으로 수고하는 김정우본부회장과 학사일정과 학술활동에도 바쁜 김석삼대구회장과 더불어 사업에도 바쁜 몸이지만 많은 열성을 쏟고 있는 박종석 전무이사와 각 분야의 이사진들 모두가 어찌 신실하고 아름다운 동역자들이 아니리요!
여름의 무성한 녹음이 가을에는 아름다운 단풍을 만들듯이 대구산악회도 머지않아 풍성한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보며 다음달에도 많은 동문들을 만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오늘은 이만 필을 놓을까 한다.
송설산악회 본부총무 이영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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