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시립교향악단 제32회 정기연주회

김천시립교향악단 제32회 정기연주회를 다녀왔다.

박원진 기자의 생활 에세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차가운 날씨임에도 김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을 가득 채운 김천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유의 열기는 뜨거웠다.

오늘 김천시립교향악단이 선택한 작품은 라흐마니노프와 말러다.

‘거장의 숨결’이라는 소제처럼 일반적으로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작곡자들이기에 지휘자가 선곡할 때 고민이 깊지 않았을까! 미루어 짐작한다.

박원진 기자의 생활 에세이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현란한 바이올린 연주기교를 보였던 ‘파가니니의 24개의 카프리스’ 중에서 24번째 주제를 가지고 24개의 변주곡을 만든 것이다. 광시곡은 랩소디를 번역한 것으로 그리스 서사시를 의미한다.

박원진 기자의 생활 에세이

라흐마니노프 자신이 피아노 연주자였던 만큼 초연은 본인이 하였고 백년도 안된 곡이기 때문에 지금도 라흐마니노프의 초연곡을 찾아서 들어볼 수도 있다.

박원진 기자의 생활 에세이

두 번째 곡은 후기 낭만파 음악의 거장인 말러의 교향곡 4번이었다.

말러의 곡은 대부분 대곡이라 한 시간 이상은 들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지휘자들은 말러의 곡은 선뜻 선택하지 않는다.

왜? 어려우니까!

지휘봉을 잡은 지휘자들은 누구나 말러의 곡을 연주하고 싶어하지만 단원들의 기량과 본인의 지휘역량이 따라주느냐에 대한 고민이 깊다.

지방에서 말러의 곡을 실황으로 들을 수 있는 행운을 선택한 오늘의 관객들에게 축하를 보낸다.

또한 나에게도…..

연주에 몰입하며 느낀 점은 지휘자가 참 섬세하구나 음 하나 하나를 마사지하듯 부드럽게 다듬는다는 것,

경쾌한 썰매 방을 소리가 들리는 듯 동심의 세계로 들어가다 기괴함과 유쾌함이 교차되고 오보에가 탄식하듯 연주하고 천상의 세계를 그리는 소프라노의 독창이 나왔다.

이 가곡의 가사는 독일의 민요 시집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에서 따온 것으로, 천국에서의 삶의 모습이 마치 어린이의 눈으로 보는 것처럼 아주 순수하고 소박하다.

김천시립교향악단이 오늘의 연주회를 기점으로 또 다르게 한걸음 연주기량이 향상되었음을 느끼게 되었다는 것.

오늘 김천시립교향악단의 연주회에서 두 거장의 숨결을 들으며 겨울날 기나긴 밤의 한 허리를 싹둑 잘라내어 춘풍 이불 밑에 서리서리 넣었다가 고운님 오시는 밤이어든 서리서리 펴리라든 어느 여류시인의 시가 생각 나는 밤이다. 하지만 굳이 겨울밤 허리 베어내서 이불 밑에 숨겨두지 않아도 되었다는 것…

깊은 밤 맥주 한잔 들며 오늘의 연주를 되새김한다.

연주를 듣는 시간 동안 아주 행복하고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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