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공부, 인성교육 외면한 결과물(한길뉴스 신종식 기자) = 학교폭력 사태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언론에 간간히 알려지고 있지만 이 같은 일은 빙산의 일각이 아닌가 싶다.
피해 학생들은 선생님이나 부모님에게 사실을 알려도 가해학생의 처벌이 경미하고 피해학생이 도리어 선생이나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거나 더 심한 폭력에 시달리기 때문에 부모나 선생에게 알릴 엄두를 못 낸다고 한다.
실제로 학원폭력과 관련한 상담소와 교육청에 학교폭력과 관련한 문의가 들어와도 실명을 밝히지도 않고 어느 학교, 누가, 누구를 어떻게 했다는 것 조차 밝히기를 꺼려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초등학교 6학년에 아이를 둔 학모입니다. 우리아이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습니다. 반 아이 중에 힘센 아이가 있는데 상습적으로 폭력을 행사합니다. 뿐만 아니라 돈 뺏기도 한다고 합니다.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않아 전학을 시킬 가 생각하는데 초등학교 전학 절차를 알고 싶습니다.” 실제로 지난 6월 21일자 김천교육청 상담게시판에 실린 내용이다.
학교폭력방지를 위한 제도가 있고 신고센터나 상담실이 운영되고 있지만 나아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부모와 선생, 그리고 교육청 더 나아가 이 사회가 학생들을 볼모로 타협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가정과 학교 그리고 이 사회가 인성교육은 외면한 체 오로지 출세와 성공을 지상의 과제로 알고 자녀에게 공부만을 강조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문제이다.
취재를 하면서 느낀 점이지만 학교폭력이나 왕따 등 문제를 일으키는 가해학생들 대다수가 잘 잘못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잘못은 가해 학생보다 그 부모에게 책임이 더욱 크다. 어릴 때부터 도덕적 관념과 인성형성 등에 대한 책임은 가정에 있기 때문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에서 나타나듯 어릴 때의 인성교육은 한 아이의 인생을 좌우하는 것이다.
자신의 자녀가 성장하여 이 사회에서 환영 받지 못하고 배척 대상이 되길 바라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그러한 사실을 잘 알면서도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혹은 편협 된 자녀사랑으로, 이 사회를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인성과 도덕성을 무시한 결과이다.
이 같은 문제가 한 가정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내 자녀가 아니더라도 내 주변에 학생들이 잘못을 하더라도 그 잘못을 훈계하는 어른이 없기 때문이다.
설사 훈계를 할라치면 그 부모가 “당신의 자녀도 아닌데 왜 훈계를 하느냐”며 항의하는 세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수년 전 모 신문에 난 기사에 따르면 한 학생이 담뱃불을 어른에게 빌려달라고 해 나무라다 학생이 항의하는 바람에 손찌검을 하다 학생의 신고로 구치소에 구금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학생들이 탈선을 하거나 또래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을 보고도 애써 외면하는 사태까지 몰고 왔다.
그리고 존경심에 스승님의 그림자도 밟지 않던 시대에서 하나의 직업으로 생각하는 선생이 늘어나면서 교육자에 대한 불신이 쌓였기 때문이다. 학교가 국가 동량을 키우는 인재양성과 거리가 먼 단순한 대학진학을 위한 교습소로 만든 교육정책과 이 사회를 구성하는 부모들의 교육에 대한 열의가 빚은 결과물이다.
학교폭력뿐만 아니라 청소년이 가지는 모든 문제에 나나 너 모두 가해자 혹은 피해자 부모로서 책임이 있는 것이다.
내 자녀, 내 조카, 내 제자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마음의 문을 열고 공부가 아닌 우리의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이 무엇인지, 바램이 무엇인지 진지한 대화를 가져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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