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뉴스 신종식 기자) = 검찰이 가요계 홍보비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기획사와 업계 단체 등 연예산업 전반에 걸친 불공정행위에 대해 무더기 제재처분을 내렸다. 지난 3월부터 연예계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온 공정위는 28일, 횡포에 가까운 전속 계약을 맺어온 기획사들에게 시정 명령을 내리고, 유명 음반사들이 공동으로 세운 음반유통판매회사를 담합으로 규정하여 10억에 가까운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4개월에 걸친 조사의 결과와 이에 따른 제재방침을 발표했다.
공정위의 조사 결과 중 가장 관심을 모았던 부분은 아무래도 지난해 인기 최정상의 그룹 H.O.T.의 해체와 MBC-연제협(연예제작자협회) 사태의 원인이 되는 등 파문이 컸던 가수들의 ‘노예계약서’ 여부. 공정위에 따르면 H.O.T.의 소속사였던 SM엔터테인먼트는 H.O.T.의 전멤버 문희준, 토니안을 비롯 또다른 팀 플라이투더스카이 등과 전속 계약을 맺으면서 계약 해지시 업계의 통상 배상범위(지출액의 1∼2배)를 크게 넘는 위약금을 물도록 해 계약해지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연예인들이 계약을 해지하기 위해선 기획사가 지급한 계약금과 투자액 외에도 잔여기간 예상수익의 3∼5배를 배상하며 5000만∼1억원의 현금을 추가로 지급해야한(했)다는 것.
공정위는 SM외에도 18개의 연예기획사에게도 약관시정권고를 내렸다. 핑클, 클릭비 등이 소속된 DSP엔터테인먼트나 그 밖에 유명연예인들이 다수 소속된 도레미미디어, GM기획, 혜성미디어, 라플엔터테인먼트 등 은 연예인 측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배제하고, 소속 연예인을 본인의 동의 없이 타사에 넘기거나 일방계약해지를 규정하는 등 법령이나 상식과 무관한 계약서를 사용, 약관 시정 권고를 받기에 이르렀다.
SM과 예당, 대영A&V, YBM서울음반 등 8개 음반제작사의 대표를 비롯한 대주주들이 음반독점판매를 위해 설립한 ‘IK POP’에 대한 제재 조치는 이번 공정위의 조사 중 거의 유일하게 실질적인 처벌이 이루어진 경우. 공정위는 IK POP의 설립 자체를 부당공동행위로 보고 9억9400만원의 과징금과 독점판매 시정명령을 내렸다.
지난 2000년 10월 이후, 이수만 SM 이사를 비롯하여 변두섭 예당 대표, 유재학 대영A&V 대표 등 8개 음반사의 대표 및 임원들은 10%씩 출자하는 방식으로 별도의 음반유통판매회사 IK POP을 설립, 자신들이 제작한 음반이 다른 유통망을 통하지 못하도록 해왔다. 이들 8개 음반사의 매출액은 1086억선으로 전체 음반시장 매출액 2015억원의 53.9%나 차지하고 있어, 이들의 공동 판매 행위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부당 공동행위라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또한 공정위는 IK POP의 지분 구조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진행할 방침인데, 장항석 공정위 조사국장은 “유통회사에서 누려야할 이익이 고스란히 각 음반제작사 대표와 임원들에게 흘러 들어가는 구조”라며 “IK POP과 8개 음반제작사간의 기업결합 여부에 대한 심사를 추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곧 음반 판매 수익금이 출자자의 소속회사가 아닌 출자한 개인주주의 주머니로 들어간다는 이야기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IK POP은 음반판매시장의 35%를 점유한 상태였으며, 장차 코스닥 상장 계획까지 갖고 있었다고.
한편, MBC의 「시사매거진2580」프로그램의 연예비리보도에 불만을 품고 단체출연거부를 결의했던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편집음반의 저가판매를 금지한 음반산업협회에도 시정명령이 내려졌다. 공정위 장항석 조사국장은 “개별 회사의 결정이 아닌 협회차원의 행동은 명백한 경쟁제한행위이며 향후 유사한 형태의 단체행동을 금지한다는 의미”라고 밝혔으며, 이에 편집음반 붐속에 자사음반판매를 위해 편집음반제작시 해당회사를 제명키로 했던 -어느 정도는 긍정적으로 보이기도 했던- 결의도 시정명령을 받았다.

한길뉴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