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밥맛이 그리워 무쇠 냄비를 샀다.

물 조절에 실패하고, 불 조절에 실패하고, 세 번 만에 냄비 밥에 성공 ^^;;

코로나 19 현상으로 집에서 칩거하는 시간들이 늘고 있다. 그래서인지 모르나 티비를 시청하는 시간이 늘게 되고 흔히 말하는 먹방이라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이런 저런 영상들을 보다 문득 어린시절 할머니가 해주신 밥맛이 떠오르며 먹고 싶은 생각에 쇠주물 냄비를 구입했다.

맛있는 밥은 그리움이다. 그리움은 추억이다.

냄비를 구입해서 밥을 해봤지만 몇 번의 실패를 거듭했다.

첫 번째는 물 조절에 실패해서 설익은 밥이 됐고, 두번째는 불 조절에 실패해서 밑은 새까맣게 타고 위는 설익은 밥이 됐다. 앞의 두 번의 실패를 거울삼아 유투브 찾아서 따라해 본 세 번째는 어찌 저찌 성공해서 먹을만한 밥이 되긴 했다.

맛있는 밥은 그리움이다. 그리움은 추억이다.

작은 무쇠주물 냄비에 밥을 해서 가족들과 맛있게 먹으면서도 무언가 부족한 둣한 느낌이 들었다. 무엇이 부족한 것일까? 밥을 먹으며 머 언 어린시절 할머니를 떠올렸다.

부지런하신 할머니는 아침 아니 새벽 일찍부터 조용 조용 움직이신다.

부엌 아궁이에는 가마솥이 걸려있고 아궁이에는 타고 남은 잔불들이 숯으로 바뀌어 몽환적으로 보인다.

반짝 반짝 까맣게 윤이 나는 가마솥 뚜껑을 무겁게 밀면 뜸이 들고 있는 밥 위에 작고 하얀 사기 종지들이 여러개 제 각 각 냄새를 풍기며 침샘을 자극한다.

맛있는 밥은 그리움이다. 그리움은 추억이다.

작은 보시기에는 노오란 계란찜, 말간 쌀뜨물에 가라앉은 것 같은 손바닥만한 조기, 송송 쓴 호박이 보이는 작은 뚝배기에는 된장찌개가 보글 보글 끓어 오르고 맛있는 밥이 뜸들고 있다.

할아버지 진지상에 오를 상반찬들이다. 할아버지 진지상에는 우리가 먹는 밥상과는 다르게 항상 맛있는 반찬들이 오르곤 했었다.

그러면 할아버지는 “진아 밥그릇 들고 옆에 와서 앉아라” 하시고는 수저 위에 반찬을 올려주시곤 하셨다.

할머니는 계집아이 버릇 나빠진다고 한마디쯤 하셨지만 일상이었다.

그 버릇 없어진다고 염려하셨던 계집아이가 지천명을 넘어선 나이에 그 시절이 그리워 무쇠냄비를 구입했다.

할머니의 염려처럼 버릇이 아주없지는 않지만 여즉 철이 들지 않은 손녀딸 아이가 몇십년이 흐른 지금 할머니의 손맛이 그리워 추억을 소환하며 맛있는 솥밥을 먹어보겠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언젠가는 할머니처럼 그냥 뚝닥하고 맛있는 냄비밥을 할 수 있을 날이 올 것이라 기대하며 쌀을 씻어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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