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태) = 故 한정욱씨 의사자 불인정처분 취소 선고-의사자 인정

서울행정법원 제12행정부 재판부(재판장 조해현 부장판사)는 12일 오전 10시 102호 법정서 열린 파출소야간자율방범대원인 故 한정욱씨(당시 44세)의 의사자 불인정처분 취소 행정소송 선고공판에서 “피고 보건복지부장관이 행한 의사자 불인정 처분을 취소한다”고 선고하여 판결문 도달 후 14일 이내 항소가 없는 한 의사자로 확정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한씨는 중한 사고로 뇌손상을 입은 상태였는데도 즉각적인 후송을 요청하지 않은 채 후속사고 예방활동을 했고 동료 구조를 돕다가 수술시기를 놓친 점이 사실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한씨가 동료 구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없더라도 타인의 생명을 구하려다 사망에 이르게 됐다는 점에서 의사상자 예우법상의 `의사자’에 해당된다.” “의사상자의 인정 여부는 사회통념을 넘어서는 자기희생적 위험 인수 행위로 평가돼야 하며 이들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살신성인, 용기는 항구적으로 존중되고 사회의 귀감이 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故 한씨는 지난 2001년 11월 29일 밤 10시 5분께 동료 대원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경북 문경시 마성파출소 야간 자율방범대원 활동을 나가다 마성면 오천리 농공단지 입구 오거리에서 타인의 차에 받쳐 교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뇌를 심하게 다쳐 위급한 상황인데도 구급대 진입이 쉽도록 교통정리를 하고, 소방대원인 안원석 소방교와 함께 찌그러진 차에서 동료 중상자를 구조하기 위해 유압 호스를 잡아주며, 함께 문을 열고 환자를 이송하는 등 적극적인 구조활동을 하였음이 밝혀졌으며, 담당의사는 이송된 고인의 상태가 위중했으나 조금만 빨리 와서 시술이 되었더라도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는 소견을 내었고, 또한 이 같은 사실이 법정에서 입증되었기에 의사자로 판결 받게 되었다.

그런데도 위 구조활동을 그저 일반인의 자연스런 구조행위의 연장으로 특별한 희생이 아니라는 사유로 2004년 12월 29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의사자 불승인 통보를 받은 데 이어 이에 대한 국무총리 행정심판마저 기각되었었다. 이에 문경포럼 김석태 고문(55)의 도움으로 서울행정법원에 나홀로 행정소송을 제기, 2005 구합 16345 의사자 불인정처분 취소의 소를 진행 중에 있었으나 가정형편이 어려워 변호사를 선임치 못해 애를 태워오다 담당 재판부에 법률구조를 요청, 지난해 7월 22일 법률구조결정을 받음에 따라 지난 첫 심리 때부터 대한법률구조공단 장근혁 공익법무관의 도움을 받아 천신만고 끝에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문경포럼 김 고문은 입증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 때문에 큰 어려움들을 겪고 있는 유족들을 위해 공신력을 갖고 사고조사에 임하는 자치단체나 경찰에서 직권신청을 해주어야 하며, 심사 이전에 의로운 행위를 기려 의로운 국가사회를 이룩한다는 입법취지에도 걸맞게 의사자 발굴 차원의 마인드를 갖고 판단에 임해야 하고, 특히 심사기준의 명확성, 그 기준의 완화, 일본처럼 보상의 연금화, 국가유공자처럼 자녀 대학학비 지급, 취업가산점, 아파트 우선분양권 등 각종 예우를 확대해야 함은 물론, 법개정으로 국립묘지에 묻히게 된 점은 훌륭한 업적으로 기록되나 프랑스 몽마르뜨 언덕처럼 의사자 성역화 작업과 이들을 기릴 수 있는 추모탑과 기념관이 세워져 국민들과 후손들이 찾아와 체험하면서 본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많이 제공하여 정부가 앞장서서 의로운 국가사회를 만들어 나가는데 힘써줄 것을 촉구했다.

지난 97년 법 제정 후에 전국적으로 발굴된 의사자는 총 160여명이며, 신청은 그 배가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경지역은 영신 숲 앞 영강에서 어린이를 구하고 살신성인해 현재 영신교 건너 포내 입구에 추모비가 세워진 현역 공군이었던 김세광씨, 진남교에 추모비가 세워진 성균관대생 김덕중씨, 이번에 판결 받은 자율방범대원 한정욱씨 등 3명이 살신성인한 의로운 죽음으로 기억되고 있다.

★故 한정욱 대원을 추모하며//詩 김석태★

하나님을 섬기며 봉사하는 길과
인간을 사랑하는 일이
다름 아니고 하나임을 보여준
신실하고 꽃다운 나이의
한 자율방범대원을 기립니다.

그로 인하여 밤과 구석진 세상이
다같이 밝고 안전하며
마음놓고 잠 잘 수 있는 화평과
노약자도 살아간다는
우리의 일상을 깨닫습니다.

나는 봉사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위대한 행동철학으로
봉사의 씨앗이 행복의 지름길이며
남을 위한 죽음이 영생의 길임을
온몸 던져 확인시켜준 한정욱 대원.

이제 그로 인하여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의를 보았고
살아가는 희망을 가졌으며
현재의 평안을 누리고 있기에
두 손 모아 감사하며 추모합니다.

(2004.11.4 의사자 심사의 날에)

문의 010-6485-9187 김석태, 사진은 011-826-4270 박해순(유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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