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뉴스 박원진 기자) = 자신이 복이 많다든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은 주관적인 생각일 것이다.
일반적인 잣대로 볼 때 행복의 요소가 전혀 없어보이는 사람도 본인이 행복하다고 느끼면 행복한 것이고 그 반대 요소를 다 가져도 본인이 행복을 느끼지 못하면 불행한 것이다.
필자는 의•식•주(衣食住)에 있어 그리 넉넉하고 풍족하지는 않지만 복을 많이 타고 났다고 생각하며 그 중에서도. 안복(眼福)이 많다고 생각한다. 안복이라면 보는 즐거움이다.
생각해 보니 아해 때는 조부모님과 주변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랐고 성가해서는 시댁어른과 가족들의 사랑을 남다르게 받으며 살고 있다. 살면서 도중에 어려운 일도 있었으나 어려움을 한 두 번 경험하지않은 사람은 없으리라. 일한다는 핑계로 세세한 손길과 제대로 된 관심을 두지 못해도 아이들이 건강하고 학업에도 뒤쳐지지 않으며 예의 바르게 자라 주니 이 또한 큰 복이라는 생각이다.
우리집 마당은 그리 넓지 않지만 갖가지 꽃들이 만발해있다. 그리고 저마다의 자태와 향을 자랑하며 한자리씩을 차지하고 있어 소개를 한다.
초봄에는 청초한 자태와 은은한 향을 자랑하는 수선화, 연보라 빛 주머니에 향을 담고있는 금낭화, 연매, 황매, 홍매, 연자화, 난초, 연분홍 흐드러진 작약,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모란꽃, 여름 들면서 보석같이 반짝이는 채송화 , 단아하고 깨끗한 도라지 꽃, 휘영청 늘어진 능수화, 자태는 그리 곱지 않지만 은근한 향기를 뿜은 쪽두리꽃, 조선시대 큰 애기 같은 봉숭아, 이름과 다를바없이 자태와 향이 옥비녀 같은 옥잠화, 이름조차 우아한 부용화, 공작 날개 같은 선명한 꽃잎을 가진 공작초, 항상 같은 시간을 알리는 보라색 시계꽃, 초롱 초롱한 초롱꽃, 가슴 가득 정열을 담고 있는 검붉은 칸나, 담장 높이 큰 키를 자랑하는 접시꽃, 꽃빛만 우아한 맨드라미, 글라디올러스, 석류꽃이 피어있다. 가을이 오면 우리집 마당에는 소녀같이 가녀린 코스모스와 어느 시인이 누님 같은 꽃이라 표현한 국화꽃 향이 마당을 가득채우고 주렁 주렁 먹음직스런 감이 결실을 거둘 것이다 그러면 조용한 겨울이 다가온다. 고개를 돌려 뒷밭에 가면 초록색 고추랑, 보라색가지, 주황색 토마토, 연두색 오이, 상치 ,근대,쑥갓, 아욱,파, 호박 등이 있어 꽃들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주며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아침 저녁으로 밭에 나가 무당 벌레가 우리 야채 밭 다 갉아먹는다고 성질 내고, 요놈들 다잡아야지 눈 부릅뜨고 수색 작업을 벌이다 밥상 마주보고 앉아 무당벌레 잡은 무용담(?)을 자랑하기도 한다 이만하면 복 많은 상 팔자 아닌가?
예전에는 수선화를 무척이나 좋아했었다. 꽃 봉우리가 피어나는 것을 보려고 잠꾸러기가 새벽같이 일어나 한시간씩 지켜본적도 있다.
그러나 요즈음은 채송화를 더 좋아한다. 이유를 말하라면 보석 같고 선명하게 반짝이며 투명한 작은 꽃이 딸아이랑 비슷하다는 느낌 때문이다.
채송화는 사생화라고도 불린다. 사시(巳時)에 피는 꽃이고 해가 구름에 가리면 꽃잎을 열지 않는 꽃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을 실감한다. 필자는 잠이 많아 학생시절에 조부께서 아침마다 깨우지 않았다면 지각은 맡아 놓고 하였을 것이다. 객지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는 조부께서 하시던 역할을 자명종 시계 두개로 대신하였지만 신통치 않았었다.
결혼 후에는 시 어른께서 기꺼이 그 역할을 아침마다 하셨었다. 철 없는 며느리가 안스러우셨는지….. 지금은 우리아들이 아침마다 할아버지를 대신하고 있다. 사람팔자 길들이기 나름이란 말이 적용되는 것인지 한번 고쳐보려고 해도 잘안되는 것을 처음 버릇이 참으로 중요하다고 새삼 느낀다. 우리 아들은 어떤 아내를 맞이할지 필자처럼 철 없는 아내는 아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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