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뉴스 외부필진 기자) =

시골 파출소장의 아름다운 동행 1막1장

“이제 곧 경찰을 떠나게 됩니다. 몸은 떠나지만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마음은 계속 간직할 것입니다. 국민을 위한 제2의 인생도 지켜봐 주십시오”

동행(同行), 사전에서는 이 단어를 ‘같이 길을 감’, ‘같이 길을 가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풀이한다.

정년을 9개월여 앞둔 시골 파출소장의 주민을 위한 아름다운 동행, 훈훈한 미담이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미담의 주인공은 경상북도의 조그마한 시골, 김천시 구성면에 위치한 구성파출소 조배근 소장이다.

조 소장은 2016년 1월 구성파출소장으로 부임 후 지금까지 2년째 구성면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조 소장은 경찰 생활 내내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어 동료들 사이에서도 ‘이웃집 아저씨’같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지난 해 여름 병약한 홀어머니를 모시고 어렵게 살고 있는 40대 노총각이 국제결혼 사기를 당해 고통을 받고 있다는 관내 주민의 안타까운 사정을 듣고 직접 소송을 도와 해결해 준 일화는 이러한 조 소장의 마음을 잘 대변해 준다.

사연은 이렇다. 피해 노총각은 국제결혼 업체로부터 1,400만원의 경제적 피해를 입었고, 결혼하기로 했던 베트남 여성과의 혼인신고로 다른 여성과의 결혼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평소 남다른 법률적 지식을 가지고 있던 조 소장은 사연을 듣고는 팔을 걷었다.

‘혼인 무효 소송’과 함께 이미 행방을 감춰 소재를 수 없는 사기 국제결혼 업체 사장을 상대로 구제 소송을 시작했다.
조 소장은 ‘소송 관련 서류’를 직접 작성하는 한편, 피해 노총각과 함께 직접 법원에 다니며 판사에게 피해 노총각의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 결과 소송비용 없이 혼인무효 소송을 순탄하게 진행하게 되었고, 마침내 지난 1월 서울가정법원으로부터 ‘혼인무효 확정 판결’을 통보를 받게 되었다.
피해 노총각은 “소장님 덕에 이제 결혼도 할 수 있으니 더 열심히 돈을 모아 결혼도 하고 요양원에 계시는 어머니께 효도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노총각은 열심히 잘 살고 있으며, 틈틈이 폐지를 모아 한 푼 두 푼 결혼 자금을 모으고 있다고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조 소장은 관내의 이웃 주민끼리 오랜 감정다툼으로 서로 고소하여 벌금을 물게 됐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웃 주민들을 만나 다툼의 내용을 직접 듣고는 ‘이 건은 반의사불벌죄로 상호 처벌의사가 없고, 고소만 취하하면 공소권이 없어 처벌받지 않는다.’라는 법리를 양 당사자에게 끈질기게 이해시킨다.

결국, 이웃 주민들은 고소를 취하하였고, 수 십 년간 이어온 이웃 간의 정도 회복하게 되었다. 따뜻한 법집행의 한 면모이기도 하다.

조 소장은 말한다. “경찰이라는 큰 지붕 아래 한 가족으로 모인 우리는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라는 목표를 향해 손을 맞잡고 함께 나아가는‘아름다운 동행을 하는 경찰’입니다.”, “때로는 어렵고 위험한 이 길을 묵묵히 나아갈 수 있는 것도 우리를 믿고 의지하는 국민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 후배들이 이러한 ‘아름다운 동행’을 계속하기 바랍니다.”

김천경찰서 구성파출소 경위 손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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