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는 사람없이 혼자서 출산했는데, 출생신고는 어떻게 하나요?”

7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119 구급활동일지도 출생을 증명하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판결이 최근 나와, 출산 후 병원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던 미혼모가 출생신고를 무사히 마쳐 의료보험을 적용받게 됐다.

지난해 8월 만삭의 임신부 A씨(21)는 갑자기 산통을 느껴 카페 화장실에서 홀로 아이를 출산하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급히 119로 신고를 했고, 119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A씨가 스스로 탯줄을 끊고 출산한 아이를 안고 있었다. 119 구급대는 A씨와 아이를 병원으로 옮겼다.

미혼모인 A씨는 아이의 의료보험 적용을 위해 출생신고를 하려 했으나 큰 벽에 부딪쳤다.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르면, 출생신고를 하려면 출생증명서가 필요했지만, 병원 의사는 직접 분만을 진행하지 않아 출생증명서를 발급해줄 수 없다고 했다. 주변에서 출산을 도와주거나 직접 목격한 사람도 없어서 관련 증명서류를 제출할 수도 없었다.

결국 A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공단 측 김우경 변호사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친권을 확인해 출생신고를 하려고 했으나 이 또한 난관에 부딪쳤다. 검사기관에서는 신생아의 친권자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임의로 검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김 변호사는 특별대리인을 선임신청해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려 했으나, 오랜 시일이 걸려 산모와 신생아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

결국 김 변호사는 법원에 119구급대 활동일지를 첨부해 출생확인 신청서를 내면서, 필요할 경우 유전자검사 진행을 명령하여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창원지법 마산지원 이재덕 판사는 “A씨의 경우 출생증명서를 첨부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아이의 출생을 확인해 주었다.

김 변호사는 “출생증명서가 없으면 통상적으로 유전자검사가 필요하지만, 119구급대 활동일지 등으로 모자관계를 증명하기에 충분하다면 유전자검사 없이도 출생확인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길뉴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