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뉴스 박원진 기자) = 대산 농협은 주변 4개 농협이 통폐합, 채 한달 전 새로운 청사를 만들고 기관단체장들이 참석 준공식을 가지는 등 요란을 떨었다.
농민을 위한 농협이 되겠다는 다짐을 새로이 힘찬 출발을 했다
그러나 개혁을 위해 통폐합했지만 근본적인 내부 개혁은 덮어둔 채 껍데기만 개혁을 한 것인지 조합운영을 두고 조합원과 임직원간의 해묵은 갈등으로 인한 의견 조율이 되지 않아 첨예한 대립을 일으키고 있다.
얼마 전 경북 구미의 장천농협이 1억7000만원의 순이익을 내고도 조합원에 의해 해산되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왜 장천농협은 해산되어야만 했는가!
농협본질인 농민(조합원)의 소득증대를 위한 경제사업은 내팽개친 채 자기들 잇속 챙기기에 만 급급했던 농협의 말로가 어떤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농민들은 6~700만원에 불과한 소득과 고금리로 인한 농가부채에 허덕이는데 조합장 이하 임직원들은 그 열 배에 이르는 돈을 연봉으로 받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지역도 정도의 차이지 장천과 비슷한 상황임을 아는 분들은 알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먼저 농협이 무엇인가에 대한 정리가 필요할 것 같다.
농협은 농업인이 모여 협동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고 자신의 권리를 지켜나가기 위해 만든 농업생산자 단체로, 농업 및 생활자재 구입, 생산농산물 판매, 필요자금 조달 등 가입 조합원의 경제활동과 관련된 사업을 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상과 같이 농협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단체이다.
그런데 어떻게 된 것이 한국의 농협은 조합원인 농민들을 위한 경제사업은 뒤로 미루고 신용사업이 주사업으로 자리잡으면서 주객이 전도된 기형적인 사업형태를 취하고 있다. 주인인 농민들을 상대로 각종 고금리의 돈 장사를 하면서 오히려 농민들을 착취하는 기관으로 전락한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일본의 경우 농협이 전국의 농산물의 유통량의 60%를 담당하면서 생산 단계부터 수집, 포장, 유통, 판매까지를 책임지고 있다.
농민들이 농산물을 생산만 하면 소득이 보장되는 체계를 어느 정도 갖추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유럽보다는 농산물 유통에 있어 점유율이 낮지만 나름대로 농협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고작 전체 농산물 유통량의 5%만을 담당하고 있을 뿐이어서 조합원의 소득증대에 거의 기여를 못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환경농업, 판로망 개척 등으로 조합원의 소득증대에 기여하는 농협도 있기는 하다.
또 하나의 문제가 농협중앙회의 문제이다.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지도사업이 하나로 통합된 산하에 14개의 자회사와 출연법인을 두고 수신고 180조원이라는 국내최대의 은행으로 성장한 세계유일의 거대조직이 농협중앙회이다.
일본만 보더라도 경제, 신용, 지도 사업이 분리되어 각기 전문화된 영역에서 농민들을 위한 사업을 펼치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지역 회원조합들의 연합체로써 뒤에서 회원조합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할 농협중앙회가 오히려 회원조합 위에 군림하고, 자체 조직인 지역본부와 시ㆍ군지부(사실상 은행임ㆍ경제사업은 전무하다고 할 수 있음)를 두어 회원조합들과 사업을 경합하고 관리감독까지 하고 있다.
농협 개혁의 핵심은 중앙회의 신경분리, 시ㆍ군지부 폐지 등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폐합 등 지역농협의 개혁만을 강조하면서 농협개혁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지역농협 통합문제도 경제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농협개혁문제가 조합원을 중심에 두는 경제사업의 활성화가 핵심이지 농협간 통합이 핵심이 아니기 때문이다. 통합문제는 조합원의 자율적인 참여와 지역 여건을 고려한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농민이 농협의 주인이며 농민이 망하면 농협도 망한다는 진리를 장천농협의 해산과정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한국 농업의 미래를 위해 농협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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