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뉴스 신종식 기자) =

김천대책위, <힘내라 촛불아> 펴내다사드배치반대를 위해 465일째 촛불을 밝히고 있는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이하 김천대책위)가 촛불 1년을 넘기면서 지난 11월 초 365일을 돌아본 기록집 <힘내라 촛불아>를 펴냈다.

김천에서 시민들 스스로 대책위를 만들고 1년 넘게 촛불을 밝히고 있는 기적을 만들어 내고 있다.

'김천촛불 365일 너머'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이 책은 지난 1년여의 힘겨운 투쟁에 담긴 분노와 눈물, 그리고 희망을 향한 자랑스러운 기록이다.

평생을 살아도 삶의 흔적을 남기지 못하는 인생 속에 왜 싸워야 하는지, 어떻게 싸워왔는지, 누구하나 조명해 주지 않는 가운데 여기에 실린 인물 한 명, 한 명 모두 자랑스러워 할 유일한 기록물로 그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김천대책위가 사드반대를 표명하며 첫 촛불을 밝힌 것은 2016년 8월 20일이었다. 부곡동 강변공원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첫 번째 촛불집회를 마치면서도 시민들은 이 촛불이 해를 넘기리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촛불을 밝혀온 것에 대해 경이롭게 여기는 이유다.

여기 ‘힘내라 촛불아’ 책속에는 그 동안 함께 투쟁한 이들의 얼굴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함께 했던 동지들에 대한 그리움과 자랑스러움, 슬픔과 희망, 용기,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의 글도 실려 있다.

대구·경북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매우 보수적인 고장에 시민사회운동의 역사도 짧다.

사드가 김천 지역사회에 어떤 결과물을 내 놓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사드로 인해 지역민들 의식이 변화하고 객체가 아닌 주체로 주인의식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그런 점에서 이 책자는 우리 지역사회의 변화의 시작을 알리고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더 더욱 높다. 관에서 인쇄 발행하는 그 어떤 자료보다 지역사료로 보존되어야 할 기록물이다.

강변공원에서 시작한 촛불은 어느새 김천역 광장에서 평화의 염원을 담아 '평화광장'이라 부르며 오늘까지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촛불을 밝히고 있다.

시민들은 비가 오면 우의를 입고 우산을 쓰고 모였고, 거센 한파가 몰려오면 두터운 외투로 몸을 감싸고 모였다. 젊은 부부들은 아이를 안고 집회에 참여했고 시골 할머니들도 들일을 마치고 고단한 몸을 가누고 광장으로 나왔다.

소성리 사드의 직접 영향을 받게 되는 혁신도시 율곡동과 주변 농소면과 남면의 주민들이 자신의 삶에 위협을 가하는 사드 배치에 분노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평화광장에서 촛불은 그들만이 아니라, 사드를 반대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김천시민 모두의 자발적 행동으로 이어졌다.

촛불을 밝히면서 서울로, 광주로, 부산으로, 대구로, 울산 등 전국을 돌면서 사드배치의 위험성과 불법을 알리고 또한, 이 사회 부조리에 같이 아파하고 분노하며 서서히 시민사회 참여의 중요성도 배워나가고 있다.

개인적 이해로 시작된 촛불이 달을 넘기고 해를 넘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도 지금껏 한번도 경험하지 않았던 정부, 나랏일에 반기를 들고 저항하는 일이었다.

촛불을 465일 이상 밝히며 사드장비를 들이려는 경찰과 소성리에서 거친 몸싸움으로, 오랜 투쟁으로, 마음의 상처로 인해 하나 둘 떠나 이제는 100여 명 남짓 힘겨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그래도 이들은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지만 웃음을 잃지 않고 있다.

“촛불을 밝히고 있는 한 함께 한 동지들이 돌아올 것이며, 지금의 한반도 위기 상황이 잘 해결이 되면 결국 우리의 싸움이 옳았다는 사실을 국민 모두가 알게 될 것이며 이 싸움이 우리들의 싸움도 아닌 후손을 위한 값진 싸움이었다”고 자랑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굳게 민고 있다.

465회 끈끈히 이어가고 있는 촛불속에 부르는 ‘임을 위한 행진곡’가사가 더 더욱 가슴에 와 닫는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어쨌든 김천 촛불은 다시 오는 겨울을 넘겨야 한다. <힘내라 촛불아>를 펴내면서 김천대책위는 '김천에도 광장 민주주의가 피어날 수 있도록 기억해 달라'고, '김천 촛불이 힘낼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힘내라 촛불아>는 김천대책위를 통해 2만 원(우송료 포함)에 구입할 수 있다.

구입을 원한다면 sammur@hanmail.net으로 문의하면 된다.

또는 집회가 열리는 김천역 광장을 찾아가면 된다. 집회는 매일 저녁 7시반 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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