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뉴스 박원진 기자) =

규방공예는 조선시대 엄격한 유교사회에서 사회적 활동이 제한되었던 양반집 규수들의 생활공간이었던 규방에서 생성된 공예장르이다.
규방에 모인 여인들이 침선(바느질)을 통해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든 것에서 비롯되었다.
천연 염색으로 물들인 원단으로 한복과 이불들을 만들고 조각들로는 주머니 바늘집 보자기 등의 생활소품을 만들었었다.


쪽빛 누리 규방 공예방을 찾아서.....


그중 조각보는 생활공예의 가장 멋스러운 대표적 작품이라 할 수도 있다.
한뜸 한뜸 바늘자국마다 무슨 소망 같기도 하고, 기도 같기도 한 절실한 마음이 오색비단 실 줄을 타고 올올이 스며든 공예작품을 보노라면 경외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김천시 대항면 천년고찰 직지사방향 국도 1호선을 타고 가노라면 굴다리 못가 우측 마전마을 제일 안쪽에 쪽빛누리 공예방이 자리 잡고 있다.
쪽물 곱게 들인 윗저고리에 역시 천연물들인 조각 모자를 쓰고 김정희선생이 환한 웃음으로 기자를 맞이했다.
쪽빛누리 공방은 온통 자연의 색으로 점령당해 있었다.


쪽빛 누리 규방 공예방을 찾아서.....


공방에는 온통 하늘빛, 물빛, 바닷빛, 진달래빛, 황토빛, 감빛 물들인 천들과 규방공예작품들이 마음과 눈길을 앗아 가버렸다.
색색의 천들로 조각 조각 이어 붙여 만든 조각보 오방색으로 만든 바늘쌈지, 골무, 햇빛가리게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하지 않고 정성을 다한 작품들임을 알게 한다.
김정희선생은 늦은 나이에 규방공예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고 한다.
안동이 고향인 선생의 친정어머님은 솜씨가 빼어나 집안 따님들 출가할 때 혼수는 도맡아서하셨던 내력이 있다며 아무래도 어머님의 솜씨를 대물림한 듯싶다며 웃으신다.


쪽빛 누리 규방 공예방을 찾아서.....


친정어머님은 여자가 솜씨가 좋으면 어렵게 산다는 속설 때문에 자식들에게 바느질을 가르치지 않으셨는데도 이상하게 늦은 나이에 바느질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도 운명일꺼라고 생각을 한단다.
김천시 천연염색연구회 회장이기도한 선생은 자신이 손수물들인 색색의 천들로 소품들을 만들기 때문에 떠나갈 때 마다 자식을 보내는 듯 한 마음이라고 했다.


쪽빛 누리 규방 공예방을 찾아서.....


하나의 조각일 때는 볼품없던 천들이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될 때 또 그것을 보고 다른 이들이 좋아할 때가 더 없이 행복하단다.
천연염색은 자연의 색이라 아무렇게나 이어 붙여도 지들끼리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것이 신기하고 손바느질로 조각을 하나하나 이어가다보면 푹 빠져 시간가는 줄도 모른단다.
마흔다섯 들어설 때 지금 자신의 나이와 같았던 친정어머님이 장구춤을 배우는 것을 보고 한국무용을 배워 현재는 수준급의 춤 솜씨지만 더한 것은 문화원 민요반에서 민요를 배워 노인들을 위한 요양시설인 행복의집, 실버 사랑의 집 등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쪽빛 누리 규방 공예방을 찾아서.....


부군인 최현용씨와 같이 김천문화사랑회원으로 활동하며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삶을 사는 김정희 선생의 모습에서 쪽빛물들인 하늘이 보였다.
더 높은 가을하늘 뭉게 뭉게 흰구름 떠다니는 한가롭지만 치열하게 자신을 다스리며 담금질하는 예인의 모습이다.


쪽빛 누리 규방 공예방을 찾아서.....


김정희선생의 공방을 나와 돌아오는 길에 어린시절 할머니의 반짇고리는 요술 바구니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무명천이 어느새 할아버지의 바지저고리가 되고 색색이 모아 두었던 천들이 밥상을 덮는 조각보가 되는 신기함……..
여름이면 쌀겨로 물들인 생모시 바지저고리나 세모시 두루막이를 상그라니 입고 즐겨 나들이 가시던 할아버님이 그리웁다.
이참에 바느질이나 배워 볼까나 한뜸 한뜸 바느질을 하다보면 칼칼한 성정이 조금은 다스려지지 않을까……

수상경력
대한민국 남북통일 예술대전 규방공예부문 최우수상
대한민국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통일위원장상-예술인상
영주 꽃물로상 심사위원장상
영주 꽃물로상 심사위원 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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