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뉴스 박원진 기자) = 지난해 8월부터 경기 파주시 광탄면 용미4리에서 발굴ㆍ조사중인 혜음원지(惠陰院址)가 고려시대 임시 궁궐인 행궁(行宮)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단국대 매장문화재연구소(소장 박경식)는 혜음원지 2차 발굴조사 결과, 전체적으로 약 1만2천㎡(4천평)의 대규모 터에 궁궐건축에서 볼 수 있는 좌우대칭 건물구조, 일반인이 근접하지 못하도록 사방을 석축과 담장으로 폐쇄한 점 등으로 미뤄 국왕의 행차에 대비해 세운 행궁이 거의 확실하다고 4일 밝혔다.
여기서 출토된 고려시대 평기와류와 막새기와류에 ‘惠陰院'(혜음원)이나 ‘惠蔭院'(혜음원)이 새겨져 있고, 11-12세기에 집중적으로 제작된 고려청자와 중국백자 등이 출토돼 「동문선」(東文選)과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등에 실려 있는 김부식의 ‘혜음사신창기'(惠陰寺新創記)의 기록과 시기가 일치하는 것도 이곳이 고려 행궁일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혜음사신창기’에 따르면 혜음사는 개경과 남경(서울)을 왕래하는 행인을 보호하고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고려 예종 때(1120-1122년) 지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번 2차 발굴에서 ‘戊申年'(무신년)이라는 명문기와가 출토됨으로써 사찰과 숙박시설의 기능을 했던 혜음사와 혜음원이 세워진 지 6년 후인 1128년 행궁이 축조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조사단은 전했다. 여행객들을 위한 세탁 및 목욕시설도 2차 발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조사단의 박경식 교수는 ‘고려 숙종과 예종 때에는 국왕이 남경으로 자주 순행했고 그 경로가 지금의 혜음원 터를 지나가고 있기 때문에 이곳에 별궁을 만들었을 것’이라며 ‘2-3차례 추가 발굴작업을 거치면 원(院), 사(寺), 행궁(行宮)의 구역이 좀더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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