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김용대) =

한국자유총연맹
김천시지부장
김용대변호사

경제난으로 인하여 서민들과 기업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 친일청산문제 등으로 인하여 국론이 분열되고 민심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혹자는 지금 대한민국은 이념적 내전상태에 있다고까지 말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권력자들은 이 시대의 과제를 정의롭게 해결하여야 할 중대한 책무가 있고, 그러한 책무를 다하기 위하여는 서로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면서 끊임없이 대화하고 고민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중국의 역사에서 무리한 전쟁으로 실패한 예를 들어보자. 촉한의 명재상 제갈공명은 후한말 황건적의 난으로 인한 혼란기에 유비의 청을 받고 水魚之交의 관계를 맺는다. 후한이 멸망한 220년부터 약 50년간 위, 오, 촉 삼국이 정립할 때 제갈공명은 漢의 영토를 회복한다는 명분으로 화북지방의 위나라를 두 번 공격하였다. 제갈공명은 위나라를 공격하러 떠나는 날 아침에 촉한의 2대 황제 유선 앞에 나아가 비장한 심정으로 무릎을 끊고 눈물을 흘리며 출사표를 올렸다.
그런데 촉한과 위나라는 국력에 있어서 차이가 분명했다. 오늘날의 사천성 일대에 머물렀던 촉한의 영토에 비하여 위나라는 양자강 이북의 드넓은 지역을 차지하고 있는 강대국이었던 것이다. 제갈공명은 두 번 모두 실패하였다.
제갈공명이 불리한 상황속에서도 큰 군사를 이끌고 위나라를 두차례나 공격한 것은 올바른 선택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제갈공명이 출사표를 황제에게 바칠 때 백성들은 궁핍하고 군사들은 지쳐 있는 상황이었다. 무리하게 위나라를 공격하기 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좀더 국력을 키우기 위하여 노력하는 편이 좋지 않았겠는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때를 잘못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금 정부. 여당은 자신들이 제기한 개혁과제를 성취시키기 위하여 반대세력과 마치 전쟁을 할려는 것과 같은 태세를 취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손자병법 始計편에 强而避之는 말이 있다. 냉정하게 판단하여 상대가 우세하다고 생각되면 일단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뜻이다. 부딪치고 보자는 생각은 금물이며 훗날 때를 기다리는 쪽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깨우쳐 주고 있는 것이다.
손자는 전쟁을 함에 있어 五事로써 하고 이를 비교함에는 七計로써 하여 그 실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고, 오사 중 첫째는 道라 했고, 道는 백성으로 하여금 뜻을 같이 하여 이와 함께 죽고 이와 함께 살게 하여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라고 했다.
필자가 대학교 1학년때 국회의 반민특위가 해체되는 과정을 알고 분노하기도 했었지만, 과연 지금의 시대적 상황이 약 100년전의 일제치하에서의 先代들의 행적에 관하여 신경쓸 틈이 있는지, 한반도의 분단상황에서 체제문제에 관한 견해 표명의 자유에 관하여 일정한 통제를 가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것이 명분이 있는지 여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다수의 국민들이 위 2가지 문제를 개혁의 과제로 느끼고 선뜻 동의하지는 않는 것 같다.
국민들은 2003. 2. 25. 신정부가 출범한 이후 개혁세력과 반대세력간의 대립으로 인하여 너무 피곤해 있다. 서민들은 실제 생활과 관련이 없는 개혁과제에 관하여 아무런 관심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국가보안법폐지 문제에 관하여 야당이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고, 사법부가 존재가치가 있다고 평가하였고, 다수의 국민들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이 이것을 무리하게 강행한다는 것은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대통령은 국민에 의하여 선택되었지만 모든 것을 할 수는 없고,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자의 지위에 있지만, 현안에 관하여 국민들의 의중을 면밀히 검토하여야 할 책무가 있고, 국회다수당이라고 하여 극렬하게 반대하는 국민들의 의지를 짓밟을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다수당이 개혁입법을 하는 과정에서 먼저 개혁작업의 道를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우리 경제에 활기가 넘치고 국민들의 얼굴에 생기가 넘칠 때는 100년전이전, 200년 전의 문제라도 언급하는 것에 관하여 아무런 반대도 하지 않을 것이고, 북한체제가 합리적으로 변화하고 우리의 자유 민주주의 체제가 성숙하여 외부의 세력으로부터 동요되지 않을 수준이라면 완전한 정치적 이념의 자유를 보장해도 아무런 혼란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노자의 도덕경에 가장 훌륭한 군주는 사람들에게 그 존재 정도만 알려진 지도자라고 했고, 지도자가 되어도 지배하지 않으면 이를 일컫어 賢德이라고 한다 고도 했다. 노자의 말씀이 너무 교훈적이다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과연 무엇이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력을 북돋울 수 있는 것인지 심각하게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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