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권삼) = 구미에 때 아닌 ‘퇴폐와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시청·경찰서 직원들은 요즘 매일 특별단속반을 구성해 24시간 퇴폐영업 감시에 나서고 있다.
유흥업소의 퇴폐가 도를 넘어 구미가 ‘환락’의 도시가 돼 간다는 우려에서다.
◇실태=지난달 16일 새벽 2시 구미시 황상동 G주점.2층 룸에 외국인을 포함한 손님 세명과 접대부 두명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접대부 두명은 알몸이었다.
‘나체쇼’가 벌어진 것이다.
접대부들은 알몸으로 손님과 춤을 추고 술을 마시다 단속반에 걸렸다.
경찰 관계자는 “첩보를 입수하고 순식간에 현장을 덮쳤다”며 “그렇지 않으면 현장을 적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구미경찰서는 업주 정모(39)씨를 구속하고,접대부를 불구속 입건했다.
구미의 신흥 아파트단지 인근 유흥업소 가운데 일부가 퇴폐영업을 하면서 구미가 ‘환락’의 도시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구미지역 유흥업소와 노래방은 모두 7백97개소.봉곡·형곡동 등 대부분 신흥 아파트단지 주변에 몰려 있다.
이 가운데 10∼20%가 퇴폐영업을 하는 것으로 시 관계자는 추정했다.
‘물 좋은 곳’이란 소문이 퍼지면서 대전·포항·대구 등지의 술꾼들이 몰려 업소마다 손님이 넘쳐나고 있다.
접대부가 아예 알몸으로 술을 따르고 쇼를 하는 등 변태영업이 기승을 부린다는 것이다.
이들 주점은 가게 주변에 CCTV를 설치하고 종업원이 무전기로 상황을 체크하는 식으로 단속을 피한다.
회사원 최모(40)씨는 “상당수 주점이 퇴폐영업을 한다”며 “돈만 주면 어떤 서비스도 받을 수 있는 곳이 구미”라고 말했다.
이쯤되자 검찰까지 나섰다.
대구지검 김천지청은 퇴폐영업을 한 혐의로 최근 봉곡동의 B주점을 적발,이 업소로부터 돈을 받은 국정원·경찰서·시청·세무서 공무원을 줄줄이 사법처리했다.
검찰에 따르면 아홉개 룸에 접대부 30여명을 둔 이 업소는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동안 8억5천여만원의 순익을 올릴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변태영업 왜 극성인가=구미공단이 있어 돈이 도는 데다 기업의 잘못된 접대문화가 겹쳐 퇴폐가 성행한다는 분석이다.
시간당 2만원의 팁에 술값도 다른 곳보다 싸 접대나 술을 마시려는 사람들이 이들 업소를 찾는다는 것이다.
구미경실련 조근래 사무국장은 “공업도시 구미가 만들어낸 부끄러운 밤 문화”라며 “강력한 단속 외 다른 방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공무원의 느슨한 단속도 퇴폐영업에 한몫하고 있다.
검찰은 B주점 수사에서 국정원·경찰서·시청·세무서 공무원들이 업주로부터 돈과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을 밝혀냈다.
김천지청 손영배 검사는 “뇌물 받은 공무원이 어떻게 업소를 단속할 수 있겠느냐”며 “이들의 유착을 끊는 것이 퇴폐를 몰아내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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