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기 `우려’ 속 “새해부터 금연” 결심도 (연합뉴스) =

담뱃값이 30일부터 500원씩 인상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부 애연가들은 은밀히 사재기에 나선 반면 일부는 이를 기회로 금연을 결심하는 등 애연가들의 선택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흡연의 확산을 막겠다며 담뱃값을 올리는 데 대해 `가뜩이나 경제도 어려운데 유일한 낙인 담배마저 못 피우게 하느냐’며 못마땅한 표정이다.
24일 보건복지부와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담뱃값에 부과되는 국민건강증진 부담금이 136% 인상됨에 따라 지방세와 교육세 인상분까지 합쳐 30일부터 담뱃값이 500원씩 일제히 오르게 됐다.
이에 따라 현재 1500원인 `디스’는 2천원으로, 2천원인 `레종’은 2천500원 등으로 각각 오르게 된다.
◆ 당국 방지책 불구 일부 애연가 `사재기’ = 편의점이나 소형 소매점에는 미리 담배를 사 두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그러나 정부가 매점매석 방지를 위해 고시를 통해 담배업체들이 일선 소매점에 최근 3개월 판매량 평균치의 103% 이상은 공급할 수 없도록 판매량을 규제, 예년만큼 사재기가 성행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KT&G 원성희 부장은 “일부 판매점에서는 `손님들이 물건을 요구하는데 왜 더 공급해 주지 않느냐’는 원성도 있다”며 “하지만 올해는 담뱃값 인상 소문이 자주 돌았던 탓에 특별히 요즘 들어 가수요가 많아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일반 상품은 30% 가량 판매이익이 생기지만 담배는 10% 정도에 불과해 점포 입장에서 그리 매력적인 상품은 아니다”며 “설령 사재기가 있다고 해도 고마진 상품을 대신해 담배를 더 들여놓을 점포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점포에서 사재기 현상이 있다는 얘기도 별로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국의 이 같은 사재기 방지책에도 불구하고 이미 상당량을 사재기해 `비축’해둔 애연가들도 있었다.
12년째 담배를 피워온 애연가 이모(30)씨는 “담뱃값이 오른다는 얘기를 듣고 편의점을 돌아다니며 1∼3보루씩 담배를 사 현재 30보루를 모아뒀다”며 “내년 이맘 때까지는 거의 담배를 살 일이 없을 것 같다”고 흐뭇해했다.
그는 또 “일하면서 생기는 스트레스를 그나마 담배로 해소해왔는데 담뱃값이 올라 오히려 골치가 더 아파졌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 “새해도 되는데..이 참에 금연” = 담뱃값 인상시기가 연말연시와 맞물려 있어 일부 흡연자들의 경우 `새해엔 담배를 끊겠다’는 `신년 결심’을 하며 금연 분위기가 확산되는 `효과’도 예상된다.
`체인스모커’인 회사원 최모(31)씨는 “내년 목표를 `금연’으로 정했는데 마침 담뱃값도 오른다고 하니 어려운 경제 여건에 조금이나마 지출을 줄이고 건강을 챙길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번 기회에 아예 담배를 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른 회사원 김모(33)씨는 “아내의 성화도 있고 가장으로서 가족들의 `웰빙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새해부턴 담배를 끊기로 했다”며 “또 그동안 한달이면 6만원 가량을 담뱃값으로 지출했는데 가격도 인상되는 마당에 그 돈을 아껴 아이에게 장난감이라도 선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루 에쎄담배 1갑이면 한해 세금만 56만원
갑당 세금.부담금 최고 1천665원 애연가들 “담배를 피운다기 보다 세금을 피운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기자 = 하루에 에쎄를 한갑씩 피우는 애연가라면 내년에 56만원이 넘는 세금을 고스란히 내게 된다.
오는 30일부터 담배가격이 일제히 500원씩 오르는데 이 가운데 90% 이상인 455.5원이 세금이나 각종 부담금 인상으로 인한 것이어서 흡연자들의 세부담이 그만큼 더 커지기 때문이다.
27일 재정경제부와 KT&G 등에 따르면 오는 30일부터 담뱃값에 붙는 세금과 부담금은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연초농가지원출연금, 폐기물 부담금 등을 합쳐 모두 1천338원이다.
오는 29일까지 적용되는 현행 조세와 부담금 929원에 비해 44%나 오르는 것이다.
이는 담뱃값에 상관없이 일괄 적용되는 것이며, 이밖에 가격대별로 100~300원대의 부가가치세가 추가되기 때문에 실제 세부담은 이보다 더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이번에 3천원이 되는 KT&G의 최고급 담배인 ‘클라우드 나인’의 경우 세금만 1천583.4원에 달하게 되며, 국내에서 가장 비싼 담배인 영국 BAT의 ‘던힐 탑리프’는 4천원이 되면서 이 가운데 세금만 1천665원이 된다.
국내에서 시장점유율 1위인 ‘에쎄’의 경우 2천500원인 인상가격 가운데 세금이 1천542.5원이기 때문에 결국 하루 1갑씩 피운다면 한해 세금으로만 약 56만3천원을 내는 셈이다.
이밖에 이번에 1천900원이 되는 ’88디럭스’도 세금만 1천400원에 달해 담뱃값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KT&G 관계자는 “세금 비중이 높기 때문에 사실상 ‘담배를 피운다기 보다는 세금을 피운다’는 말이 맞다”며 “저가 담배의 경우 팔 때마다 적자를 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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