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은 정부의 성가신 존재
(전제현) = “농자 천하 지 대본”이라 했다. 그러나 요즈음 농민들은 이 말에 조금도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산다. 농민은 이미 정부의 부담스러운 존재로 자리 매김 하고 있음이다. 이는 단지 그 분들이 생산한 먹거리가 남아 넘치는 통에 야기된 어이없는 역기능일 것이다.
하기야 귀중한 황금인들 많아서 넘쳐 나면 그리 가치가 있겠는가? 설상가상 외국 농산물을 무더기로 수입, 농민 죽이기에 가세하는 실정이니 바야흐로 이 시대의 농민들은 설 땅 마저 잃게 된 현실을 심히 개탄할 뿐이다. 요즈음 그 아무도 자신이 농민이라고 소개하기를 꺼린다. 이미 천하가 농민을 천시 여김을 잘 알고 있는 까닭이다. 그래서 이들의 대다수는 도시든 어디로든 농촌만을 무작정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다. 다만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땅이다. 목숨처럼 소중하게 여겼던 이 땅덩어리가 원수인 것이다. 이 원수 때문에 고달픈 이 한 몸 잠시도 쉴 여가가 없다.
팔려고 내놓아도 살 사람이 없고 손에 진 것이란 빚 뿐이다. 해서 돈 없는 늙은이를 환영할 곳이라고는 천하에 있을 리 없을 터이다. 하기야 집 장만해서 도시로 보낸 아들 며느리 마저 받아주기를 꺼리는데 세상에 그 누가 이들을 반겨 줄까? 때문에 막상 떠나랴 치면 떠나지 못할 지도 모를 일이다. 도시에 사는 며느리 눈총이 겁나기 때문이요 행여 자식에게 짐이라도 될까 싶어 망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혹 그것도 아주 간혹 농민들이 인간다운 대접 받는 때가 오곤 한다. 선거철이란다. 평소 콧대 높은 선량이며, 돈 많은 후보님들 언감생심 평소 얼굴 한번 똑바로 처다 볼 수 있었던가? 이때가 오면 뒤 바뀐다. 만나면 친절하게 안부 묻고 농사도 걱정하고 날렵하게 손 내밀어 악수를 청하고 허리 굽혀 두 손 싹싹 비비며 사죄하듯 큰절 하지 않던가? 하기야 평소 농민들 사람답게 보지 않고 하인 대하듯 무시한 죄니 따지고 들자면 큰 죄라면 죄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교활한 연기도 선거 날로 대미를 장식할 뿐이다. 다음 선거가 올 때까지는…
농민들 가슴속에 지우지 못할 바램이 있다면 아들들만은 농촌에서 더 이상 고생시키지 않겠다는 그분들의 한 맺힌 소원이다. 그러니 요즘 젊은이는 시골에 남아 있지 않다. 이것이 농촌에서 젊은이 찾기란 뿔 달린 토끼 찾기 보다 어려운 단순한 이유다.
요즈음 농촌에 남아 있는 분들은 나이 많고 기력 없는 노인들뿐이다. 이 분들 마저 농촌에서 사라질 머지 않는 날 농촌 공동화 현상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이며 먹거리 부족으로 인한 식량대란에 봉착 하리라는 우려는 무의미한 필자의 기우였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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