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요하는 성급한 통일 기대심리(전제현) = 오는 29일은 북한의 불법침략으로 감행된 서해교전 1주년을 맞는다. 이날 조국방위에 목숨바친 숭고한 젊은이들의 영전에 숙연한 마음으로 명복을 빌 뿐이다.
평화를 표방하고 이면에서는 침략준비에 혈안이 된 북괴의 상투적 관행으로 보아 서해침략도발은 계획된 만행 이었다. 다만 햇볕정책에 취(醉)해 한치 앞을 내다 보지 못하고 다만 북한을 전폭적으로 신뢰한 우리 정부의 현실 상황인식에 중대한 결함이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햇볕정책으로 마치 통일이라도 다 된 것처럼 일방적으로 기고만장한 것이 적에게 허점을 보인 화근일 수도 있다. 온 나라가 안이한 햇볕정책의 기대심리와 월드컵 열광에 맞물려 깊이 들떠있는 동안 북괴는 서해 기습침공을 단행했고 일진일퇴하는 치열한 전선에서 장렬하게 숨져간 우리의 젊은 용사들에게 보내는 추념과 유가족에게 보내는 격려에는 인색하기 짝이 없었다.
서해 교전을 바라보는 시각은 강 건너 불 보듯 무관심에 가까웠으나 월드컵응원전에는 남녀노소, 때와 장소 없이 천지를 진동하는 응원열기만 있었을 뿐이다.
월드컵의 승리가 과연 이 나라의 안보보다 더 소중했단 말인가? 깊이 성찰 해 볼 일이다. 햇볕정책이 가져온 우리의 잘못된 현실인식은 안보의식의 실종을 가져오는 오류를 낳았다. 주적 개념의 무모한 논쟁은 군(軍)의 가치관 혼란으로 방위의식에 태만을 초래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안보제일주의 퇴보는 방공의식을 무력화 시켜 반미 친공(親共)세력이 극성하는 역기능을 불러왔다. 북한은 남북협상을 통해 과분한 이득을 챙기면서 뒤로는 핵 폭탄 개발과 같은 이중성을 지닌 교활한 집단이다.
우리는 햇볕정책이 만사해결책이라는 허황된 편향적 사고에서 탈피하여, 평화통일 운운하는 가당찮은 논리를 내세우면서 한편 첨단무기를 휴전선에 전진배치 하는 북한의 태도에 경각심을 견지해야 될 필요는 당연하거니와, 적어도 북한의 교활한 이중성에 신축성 있게 대처하는 상황인식이 필요하다. 북한은 믿을 수 없는 집단이다. 약 9만 건 이상의 정전협상을 위반하고도 추호의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철면피한 야만 집단인 것이다.
지금도 아군을 능가하는 막강한 군사력으로 호시탐탐 침략 기회만을 노리고 있으나 유감스럽게도 안전불감증에 중독된 일부 정치 세력과 그 추종 세력들은 과대망상과 허황된 논리로 국민을 호도 하고 있을 뿐이다.
북한을 신뢰하고 협상을 통한 유종의 미를 거두려는 기대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 보다 더욱 어려운 발상이다.
다만 한미동맹 강화를 통해 우리의 힘을 결집하는 노력만이 평화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구체적이고 합리적 대안이자 이 시점에서 우리가 구상할 수 있는 최상의 정책임을 강조 또 강조 하고 싶을 뿐이다.
전쟁억제도 힘의 논리 앞에서만 당위성을 발휘할 수 있다. 이 또한 서해교전에서 조국을 위해 산화한 우리 국군 용사들의 비극적인 원혼(冤魂)을 위로하는 유일한 방편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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