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뉴스 외부필진 기자) = 저는 1997년 10월경 甲 회사로부터 가정용 의료보조기구 한 세트를 매월 100,000원씩 30개월 할부로 구입하였습니다. 계약을 체결할 당시 甲회사 직원으로부터 할부금을 1회라도 연체할 경우 甲 회사는 남은 잔액 전부를 일시 청구할 수 있다는 계약조항에 대해 설명을 들었기 때문에 저는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할부금을 지급하여 2000년 3월말경 대금을 모두 완납하였습니다. 그런데 甲 회사는 2003년 4월경 제가 최종 6개월 분의 할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며 연체료를 포함하여 80만원을 납부하라는 최고서를 보내왔습니다. 난데없는 최고에 놀라서 급히 영수증을 찾아보았으나, 할부금을 완납했으니 다 끝난 것이라고 생각하여 보관을 소홀히 한 탓에 영수증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영수증을 찾지 못한다면 저는 할부금을 모두 지급하여야 할까요?
<해 설>
지급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할부금을 완납한 것이 사실이라면 영수증이 없어도 할부금을 다시 지급하여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그러나 할부금을 모두 지급한 사실은 문의하신 분께서 입증하여야 하는데 영수증이 없다면 이를 입증하기 곤란하므로 소송에서 패소하여 부득이 할부금을 다시 지급하여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그러므로 할부로 물품을 구입하신 경우는 뒤에서 설명드릴 3년의 단기소멸시효기간 동안에는 영수증을 잘 보관해 두셔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할부금을 완납한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소멸시효를 주장한다면 할부금을 다시 지급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사안의 할부대금 채권은 상인이 판매한 상품의 대가 채권이므로 민법 제163조의 3년의 단기소멸시효에 걸리는 채권에 해당합니다. 다만 할부변제채무에 있어서는 사안과 같이 “1회만이라도 할부금을 연체하면 잔액전부를 일시에 청구할 수 있다는 특약”과 같은 기한이익상실의 특약이 있는 경우 언제부터 소멸시효를 계산할 것인지(소멸시효의 기산점) 문제가 될 수 있으나 사안의 경우는 최종 할부금 납입기인 2000년 3월말경으로부터 계산하더라도 3년이 경과한 것이 분명하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점은 명백합니다.
참고로 기한이익상실의 특약이 있는 경우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만일 위 사례에서 甲 회사가 2003. 1월 초에 할부대금 및 연체료를 지급하라는 최고를 하였다면 어떻게 될까요?
기한이익상실의 특약은 그 내용에 따라 ①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채권자의 청구 등을 요함이 없이 당연히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어 이행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하는 것(이른바 “정지조건부 기한이익상실의 특약”)과 ②일정한 사유가 발생한 후 채권자의 통지나 청구 등 채권자의 의사행위를 기다려 비로소 이행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하는 것(이른바 “형성권적 기한이익상실의 특약”)의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대법원은 전자의 경우 1회만이라도 변제를 게을리 한 때부터 잔액전부에 관하여 시효가 진행되는 반면, 후자의 경우에는 1회의 불이행이 있더라도 각 할부금에 대해 그 각 변제기의 도래시마다 그 때부터 순차로 소멸시효가 진행하고, 채권자가 특히 잔존채무전액의 변제를 구하는 취지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 한하여 전액에 대하여 그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대법원 1997. 8. 29. 선고 97다12990 판결).”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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