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의 빠르기 –
김천대학 교수 이태원 현)김천시립합창단 지휘자
(이태원 교수) =

인간의 삶과 생활 패턴 속에는 일정한 법과 규칙이 적용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전반에 걸쳐 강제적이든, 자의적이든 간에 이러한 룰은 적용 되고 있다. 만약 빨간색 교통신호를 무시하고 자동차가 질주한다면 결과는 어떻겠는가? 이와 같이 음악에도 꼭 지켜야 하는 일정한 규칙이 적용되는데 특히 곡의 빠르기와 박자, 리듬은 이러한 규칙의 가장 근본적인 구성원이 된다.
같은 곡일지라도 빠르기에 따라 곡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엄숙한 종교행사나 장례식장에서 경쾌하고 빠른 템포의 곡을 연주할 수가 있겠는가? 또한 화려하고 축복스런 결혼식장에 아주 느린 템포의 단조곡을 연주하여 눈물바다를 만들 일이 있는가?
요즘 들어 클래식 음악, 특히 고전파 작곡가들의 작품을 빠른 템포의 팝 리듬으로 바꾸어 리메이커한 음반들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데 원래의 곡과 비교하여 감상해 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가장 익숙하고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음악의 빠르기는 어떤 것일까?
이는 우리 신체의 생리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메트로놈(음악의 빠르기를 측정하는 기기)속도로 80-90정도의 빠르기를 Moderato(보통빠르기)라고 한다. 이정도의 빠르기를 지닌 음악을 들을때 정서적으로 가장 안정감을 느낀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어른의 경우 신체의 정상적인 맥박수가 70-80인 것을 감안하면 우리 신체리듬과 음악의 빠르기는 서로 비례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템포가 느리면 신체를 편안하게 이완시키며, 반대로 빠른 템포는 신체를 흥분, 긴장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모짜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교향곡 등이 대부분 보통빠르기의 범위내에 작곡되어 산모를 위한 태교음악이나 음악치료분야에 많이 이용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대중음악 중 댄스음악이나 락 음악의 경우 보통 메트로놈 140이상의 음악적인 용어로 Vivace 빠르기를 택하고 있어 혈압을 상승시키고 사람들을 흥분시키는 역할을 한다.
근래 청소년들이 컴퓨터게임에 몰입하여 밤을 새우는 일이 많은데 이는 정서적으로 아주 나쁜 영향을 끼친다. 왜냐하면 게임의 내용도 그렇지만 게임음악의 빠르기가 신체를 계속적으로 긴장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일전에 어느 동물학자가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두개의 밀폐된 공간에 일정한 수의 쥐들을 가두어 놓고 6개월간 관찰했는데 한쪽에는 느린 템포의 클래식음악을 틀어주고 그때마다 먹이를 주고, 또 다른 공간의 쥐들에게는 아주 빠른 템포의 락 음악을 틀어주고 그때마다 역시 먹이를 주었는데 처음 공간의 쥐들은 먹이를 먹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면서 다투지도 않으며 위장계통의 질환이 거의 없는 반면, 나중공간의 쥐들은 먹이를 먹는 시간도 빠르고 서로 다투며 위장계통의 질환을 70%이상이 앓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이와 같이 음악의 빠르기는 우리 신체생리와 정서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1/f이라는 자연의 박자가 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부는 산들 바람, 규칙적으로 내리는 가랑비, 여름철 쉴새 없이 밀려오는 해변의 한가로운 파도소리 등이 이러한 박자와 빠르기에 해당한다. 인위적으로 자극적인 댄스음악, 락 음악을 즐길 것이 아니라 이러한 자연의 소리에 한번쯤 귀 기울여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또한 많은 클래식 음악곡들이 자연의 소리에서 출발 했음도 한번쯤 생각해 보자.
<김천대학 이태원교수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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