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인사들, 남한 인터넷매체에 큰 관심(공동취재) = “대동강 한가운데 있는 능라도는 가을이면 강변을 따라 온통 ‘수작’을 거는 청춘 남녀들로 가득 차는 곳이다. 능라도 공원의 넓은 잔디밭에서 민족대회 본 행사가 열렸다.” (8.15 민족대회 – 평양 둘째날)
<취재수첩> 평양에서 쓰는 평양방문기(2)
평양=8.15인터넷공동취재단 / 민중의소리 이정무 기자
사진 = 8.15인터넷공동취재단 / 시민의신문 ngotimes 이정민 기자

한국인터넷기자협회(회장 조대기)는 오늘(14일)부터 17일까지 평양에서 진행되는 `평화와 통일을 위한 8.15 민족대회` 취재를 위해 `815인터넷기자협회 공동취재단(8.15인터넷공동취재단)`을 운영한다. 공동취재단은 통일뉴스 송정미 기자(취재, 팀장), 민중의소리 이정무 기자(취재), 시민의신문 ngotimes 이정민 기자(사진)로 구성됐으며, `8.15인터넷공동취재단/**신문 ***기자` 형식의 크레딧을 공동으로 사용한다. 남측에서는 인터넷기자협회 소속 통일뉴스, 민중의 소리, 시민의신문ngotimes, 참말로, 디지털 성남일보, 유뉴스, 뉴스앤조이 등 인터넷 언론들이 공동 보도한다<8.15인터넷공동취재단>.

평양이 추워서(?) 잠을 못잔 이유

일단 어제 밤 에피소드를 하나 걸고 이틀째 방문기를 시작한다.
평양에서 첫날밤을 그대로 보낼 수 없다는 인터넷 매체 소속 기자들은 술을 한 잔 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이미 47층 라운지의 술은 모두 동이 났다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호텔 방에 기본으로 준비되어 있는 맥주 2병을 셋이 나눠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촌놈이 처음으로 호텔에서 자는 지라 에어컨을 끄지 않고 그냥 잠이 드는 바람에 밤새 추위에 시달렸다. “평양이 서울보다 조금 더 북쪽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춥다니” 투덜거리면서 일어나 보니 에어컨을 안 끈 것이었다.
둘째 날 낮 일정은 모두 다 능라도

대동강 한가운데 있는 능라도는 가을이면 강변을 따라 온통 ‘수작’을 거는 청춘 남녀들로 가득 차는 곳이다. 능라도 공원의 넓은 잔디밭에서 민족대회 본 행사가 열렸다. 작년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8.15행사는 남북의 대표단만 모여 별다른 문화행사도 없이 열린 반면, 이번에는 평양시민 천 여명이 미리 와 자리를 잡고 있고, 취주악대와 푸른 기를 들고 대회장을 둘러싼 청소년들로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작년 아시안게임에서 인기를 끌었던 취주악대는 이번에도 모든 이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취주악대의 뒤를 이어 남북해외 여섯 명의 여성이 단일기를 들고 입장했다. 북쪽에서 나온 여성들은 놀라운 미모와 무거운 입을 가졌다. 남쪽의 두 사람은 연방 장난을 치면서 즐거운 표정이고, 중국에서 온 동포는 북쪽과 비슷하고, 일본에서 온 동포는 말투는 북쪽인데 얼굴색이나 분위기는 남쪽이다.
선군(先軍)
선군. 군을 앞세운다는 이 단어는 함께 행사를 치르는 남북의 대표단이 쉽게 합의할 수 없는 단어이다. 미국으로부터 직접적인 전쟁위협을 당하고 있는 북으로서는 ‘선군’을 포기할 수 없고, 그 군(軍)의 목표가 될지도 모르는 남쪽 사람들에게는 선군은 또 다른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례적으로 대회에 참석한 홍성남 내각총리는 “나라의 평화도, 민족의 안녕도, 통일조국의 미래의 운명도 오로지 ‘선군’에 의하여 담보된다”고 강조했다. 서너 장이 되는 연설 가운데 한 단락이어서 큰 반향은 없었지만, 이 말을 듣는 남쪽 대표단의 마음은 복잡했을 것이다.

대회장에서 만난 평양시민들은 핵문제나 전쟁위협에 대해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오히려 “기자 선생은 6자 회담에 대해 어떻게 보나?” 하는 식으로 되물어왔다. 몇 마디 대화가 오가다보면 “우리는 전쟁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전쟁을 하자고 들면 전쟁을 하고, 대화를 하자고 들면 대화를 한다”는 북의 공식적인 답변이 나온다. 그러면서 93,4년 전쟁위기에서 ‘준전시 상태’를 선포했던 때에 비해 “평양은 여유가 있다”는 것이 평양시민들의 말이다.
평양의 여유
민족대회 개막식의 연설에서 북측 연설자들은 그 이유에 대해 두 가지로 밝혔다. 하나는 스스로의 ‘전쟁 억지력’, 또 하나는 ‘민족공조’다. 앞서 대화를 나눈 평양시민도 “우리 혼자서도 문제없지만 민족이 똘똘 뭉친다면 무엇이 두렵겠냐”는 말을 던졌었다.

그러나 북이 ‘선군’을 강조하고 있는 그 자체가 현재 평양이 처한 위치를 말해주는 것은 아닐까? 미국으로부터의 전쟁위협이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선군’이 아니라면 그 어떤 대답이 있을 수 있을까?
“나는 보수지만 북과 잘 지내야 한다고 생각해서 올라왔다”는 한 남측 대표단은 언론에 나가기 싫다고 운을 떼고 나서는 “나는 북을 이해할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우리라면 그렇게 안 할 방법이 있냐”고 말했다. 그리고는 “남쪽에서 계속 누군가가 평양에 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 사람들 때문에라도 난리가 안 난다. 또 그래야 평양도 더 부드러워 질 게 아니냐”고 덧붙였다.
‘선군’과 ‘민족공조’는 이렇게 만났다.
인터넷에 대한 관심
민족공동행사에 만나는 북측 인사들은 상대적으로 남쪽 사정에 밝은 사람들이다. 기자가 이들에게 무언가를 물으면 꼭 되물어 온다. 그 중 대표적인 질문이 “작년 대통령선거에서 인터넷이 큰 역할을 했다면서요”이다. 그리고 남쪽과의 사업을 많이 하는 북측 민화협의 인사들은 인터넷을 상당한 정도로 이용하고 있는 듯 하다.
대회장에서 만난 북의 주간신문인 ‘통일신보’ 주필은 “(남쪽의) 인터넷 언론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인터넷 언론이 빠르고 현장감있게 한다면 인쇄매체들은 또 다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담배교류나 합시다”하면서 친근하게 대해준 이 ‘대선배’는 “북쪽에서도 인터넷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얼마안가 북에서도 인터넷을 널리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에서 ‘민족통신’을 운영하는 노길남 대표는 “남쪽의 인터넷 언론들이 각자 자신만의 장점을 만들면서 서로 겹치지 않게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양각도 호텔에서는 중국과 일본의 방송, 그리고 조선중앙텔레비젼을 볼 수 있다. 9시쯤일까 늦은 저녁을 먹고 있는 데 식당에서 틀어놓은 TV에서 전국노래자랑이 방영되고 있었다. 평양시민들이 객석 주변으로 나와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오는 데, 낮에 대회장에서 본 풍경과 다르지 않다.
남쪽에서의 흔한 시각과는 달리 평양시민들은 잘 논다
호텔에서 정리를 도와주시는 아주머니들도 “전국노래자랑 보셨어요”했더니, “금방 봤습니다. 평양 사람들이 노래를 잘 하지요”한다. “오늘 보니까 춤도 잘 하시던데요”
“그것도 보셨네. 기왕에 놀라면 잘 놀아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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