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1.2월 월별 사상최고 449건…2001년 전체 건수 맞먹어(한길뉴스 한길뉴스 기자) = 40대 주부 L씨는 지난해 말 남편의 실직으로 생계가 어려워지자 생활비를 신용카드에 의존, 여러장의 카드로 카드빚을 돌려 막다가 결국 2천여만원의 빚을 갚지 못해 올 2월 서울지법에 개인파산을 신청했다. 개업의인 H씨는 지난해 초 개업한 병원의 경영이 어려워지자 이곳저곳에서 돈을 끌어쓰다 급기야 처제에게 손을 벌렸고 처제에게 진 1천여만원의 빚을 갚지 못하게 돼 처제가 올 초 H씨를 상대로 개인파산을 신청했다. 최근 들어 경기불황으로 개인파산 신청이 급격히 늘고 있다.
11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파산 신청은 모두 1천3백35건으로 2001년의 6백72건보다 두배 가까이 늘어 났다. 지난해 신청건수는 99년부터 2001년까지 3년간의 1천5백4건과 거의 맞먹는 수치다.
개인파산 신청은 올해 들어 더욱 급증하여 1, 2월 두 달간 접수된 건수가 월별 사상 최대인 4백49건에 이르렀다. 이는 2001년 한해 동안의 전체 건수와 맞먹는 수준이다.
특히 개인파산 신청자중 20대와 30대의 비중이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나 젊은 층의 신용 불량이 극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처럼 파산 신청이 급증하고 있는 데는 경기침체와 함께 카드사의 마구잡이식 카드 발급도 한 몫 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갚을 능력도 없는 사람들이 아무런 제한 없이 여러 장의 카드를 발급 받아 무리하게 돈을 끌어 쓰다 결국에는 신용불량자가 되고 개인파산을 신청하기에까지 이르고 있는 것이다.
최근엔 특히 경영이 어려워진 카드사들이 대출 한도를 내리면서 돌려 막기가 어려워져 파산신청이 더욱 늘어나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다 개인파산제도가 많이 알려져 이를 이용해 면책을 받으려는 신청자도 상당한 것 같다고 법원의 한 관계자는 귀뜸했다.
법원에 따르면 개인파산이 받아 들여져 면책되는 비율은 전체 파산 신청자의 90%에 이른다.
법원에서는 △낭비 △도박 △사기 파산의 경우가 아니면 채무가 재산을 초과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면책을 허가해 주고 있다.
또 파산 신청 후 면책을 받기 까지의 기간이 짧게는 2∼3개월에서 길어야 5∼6개월 정도에 불과해 채무자 입장에서는 6개월 정도만 견디면 빚에서 벗어 난다는 생각으로 개인파산을 많이 신청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면책을 받아 법적으로는 빚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지만 면책을 받아도 10년 동안은 신용위험자로 분류돼 카드 발급 등 금융거래가 제한된다.
또 개인파산 신청후 파산선고를 받게 되면 면책결정이 나와 빚 갚는 책임이 면제될 때까지 공무원 · 의사 · 변호사 · 약사 · 공인회계사 등이 될 수 없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야 주거를 옮길 수 있는 제한도 따른다.
파산법에 규정돼 있는 개인파산제는 97년 IMF 사태 이후 처음 신청자가 생기면서 조금씩 늘어나다가 최근들어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서울지법 파산부의 李鎭萬 판사는 ” 개인파산제가 노동력이 있는 사람에게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취지이지만 파산의 원인이 낭비 · 도박· 사기파산 등으로 인한 게 아닌지 철저히 가려 면책 여부를 엄격히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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