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개정과 인터넷언론 토론회 열려
인터넷실명제 찬반 맞서, 인터넷언론 정의도 의견 차이
(이준희) = 정치권, 학계, 인터넷언론계, 선관위 등은 2004년 총선에서 공명선거와 미디어선거를 정착시키기 위해선 인터넷 언론의 선거보도를 활성화하기 위한 선거법 개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지난 21일 인터넷기자협회·인터넷신문협회·중앙선거관리위원회·한국언론재단 공동주최로 프레스센터에서 주동황 광운대 교수의 사회로 ‘선거법 개정과 인터넷언론’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는 김용희 중앙선관위 지도과장과 강경근 숭실대 법학과 교수가 각각 발제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선관위가 선거법을 개정해 인터넷언론의 선거보도를 대폭 자유롭게 하는 것은 시대변화에 따른 전향적 조치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정치권이 선관위의 개정안을 받아들여 빠른 시일 안에 선거법을 개정하고, 정간법 개정 등에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선관위가 제출한 ‘인터넷 언론’ 관련 개정안 가운데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 ▲인터넷 언론 개념 규정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설치 등에 대해서 상반된 의견이 제시됐다.
선관위, “인터넷선거운동 자유 및 공정성 보장하겠다”
김용희 선관위 지도과장은 “인터넷은 쌍방향성, 광범위성 등 정치분야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다른 어떤 매체보다 비용이 적게 들며, 선거운동을 위한 바람직한 매체로 평가받고 있어 인터넷 선거운동의 자유 및 공정성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지도과장은 “인터넷을 통한 불법선거운동은 전파의 신속성, 광범위한 파급효과로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며 “정당·후보자·인터넷언론사의 홈페이지 대화방·게시판에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또한 인터넷 선거기사의 공정성 보장을 위해서 선관위 산하에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강경근 교수 “공직법상 실명제는 가능한 것”
이에 대해 강경근 숭실대 교수는 “선관위가 공직선거에서 인터넷언론을 신문, 방송 등과 같은 전통적인 언론매체와 동등한 매체로서의 법적 취급을 하기로 했다는 점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는 진전된 입법의견”이라고 환영했다.
그러나 강 교수는 “선관위의 인터넷언론에 대한 정의는 인터넷언론을 온라인 언론이 지니는 특징으로서보다 여전히 오프라인 언론의 입장에서 정의를 내리고 있다”며 “더 검토를 요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인터넷게시판 실명제에 대해서 “헌법 제21조의 언론의 자유에 위배된다고는 보이지 아니한다”며 “공공부문 게시판은 민간부문 게시판에 비해 공공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공직선거법상의 실명제는 가능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는 찬성 입장을 밝혔다.
강 교수는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에 대해서 “언론중재위원회에 통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이의 제기도 있어 왔다”며 “법질서의 통일성을 위해서라도 재고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패널토론 – 인터넷 실명제 찬반 의견 맞서
반대 – 원희룡 의원, 이재진 교수, 변희재 위원 등
찬성 – 이강래·김학원 의원, 강경근 교수 등

토론에선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인터넷 언론에 대한 정의 규정도 다른 의견이 나왔다.
원희룡 의원 “실명제 강제시 인터넷 매체 인정 못 받아”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은 “인터넷은 역사적으로 대안매체로 익명성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도구가 되고 있는데 실명을 강제한다고 했을 때 인터넷 매체가 인정받겠는가”며 반대입장을 명확히 했다. 원 의원은 “오프라인에서 흑색선전 비방은 별도로 제재 받게 되어 있다”며 “인터넷매체 익명성과 흑색선전 추방 양자 사이의 득실에 대해 좀 더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 의원은 “선거보도 심의, 사이버 선거보도 감시단 강화 등 제도적 지원을 강화하면서 사이버공간에서 불가피하게 있을 수밖에 없는 흑색비방에 대처해야 한다”며 인터넷 언론의 자율운동, 정화장치도 당부했다.
끝으로 원 의원은 “내년 총선 앞두고 본격적인 제도화에 대한 시범적인 틀을 짜는 논의가 본격화되어야 한다”며 “국회에서 개정법에 인터넷언론 부문을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이강래 의원 “선관위 긍정적 내용 평가, 실명제 찬성”
이강래 민주당 의원은 “선관위의 이번 발표를 보고 작년 대선 과정의 문제점을 선거법 개정을 통해 수용하려고 무진 애쓴 흔적이 보인다”며 “선관위의 긍정적 내용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작년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노무현 후보가 오마이뉴스와 대담회 하려다 파동이 났는데 그 때 문제점을 정간법, 방송법 개정되지 않았어도 선관위가 독자적인 안을 만들어 수용했다”며 “강경근 교수의 발제를 보고 정간법 개정 없이도 가능하겠다 보며 당에서 이 문제를 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서 찬성 의견을 밝혔다. 이 의원은 “인터넷언론을 선거운동 매체로 인정한다면 부정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익명으로 나오는 여러 의견을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학원 의원 “익명성 비방 안돼, 반드시 실명제 해야”
김학원 자민련 의원 역시 선관위의 개정 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의원은 “TV나 일반언론은 일방성 뿐이지만 인터넷을 통해 쌍방성, 대화와 즉시 토론이 가능하다”며 “인터넷 통해 2500년 전 아테네의 민주주의가 다시 부활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과거 선관위가 ‘언론’에 대한 문자적 해석에 의해 오마이뉴스를 언론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제 시대에 의해 선거법에 언론으로 도입하는 것은 매우 시기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인터넷의 부작용을 간과하면 안 된다. 익명성에 의해 상대방 비방 흑색선전이 난무한다”며 .”익명성 비방에 의해 후보자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반드시 실명제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진 교수 “인터넷언론 구체적 적시 있어야”
이재진 한양대 교수는 “법에 의해 강제될 때 인터넷 언론의 본질적인 속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며 “선거법 개정에 있어서도 인터넷언론 정의하는데 이런 게 녹아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개정안에서도 인터넷언론 정의가 있는데 언론이라는 속성, 구체적인 적시가 필요하다”며 “인터넷기자협회·인터넷신문협회 등의 정의, 훈련된 인력, 매체의 사이즈, 정기적인 간행 등 구체적인 규정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이미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규제장치가 있다”며 “실명제 강조하기보다 규제장치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 “포털사이트 언론 인정 반대”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는 “선관위가 개정 의견 제출 전후에 인터넷언론 대표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했다”며 선관위가 제출한 선거법 개정안을 전향적으로 평가했다.
박 대표는 인터넷언론에 대한 선관위의 개념 정의에 대해 다른 의견을 밝혔다. 그는 “선관위 안을 보면 정치·사회·시사·보도·논평 등을 제공하거나 매개하는 사이트로 되어 있는데 보도는 괜찮은데 매개하는 사이트를 인터넷언론으로 하는 것은 문제 있다”며 포털사이트를 언론으로 인정하는 것을 반대했다.
박 대표는 “정간법이 국회에 올라간 지 2년 넘었는데 아직 계류중인데 인터넷언론을 법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회에서 정간법을 개정해 인터넷언론을 인정하면 대단히 논의가 쉬울 것”이라고 정간법 개정을 촉구했다.
모동희 성남일보 편집장 “지역인터넷 매체들 총선에서 후보자 샅샅이 감시”
모동희 디지털 성남일보 편집장은 “내년 16대 총선은 최초의 사이버선거전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리라 예상한다”며 “분당구 같은 경우 벌써부터 후보자들이 사이버홍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모 편집장은 “지역 인터넷신문들은 현장에서 후보자들을 직접적으로 만나 샅샅이 체크해낸다”며 “지역선거를 연합뉴스가 실시간 보도 못하지만 지역 인터넷 매체의 역할이 상당히 크다”고 강조했다.
모 편집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선관위가 후보자에 대해 대단히 전향적 정책을 취해 후보자 홈페이지 만들도록 지원했다”며 “문제는 그 홈페이지를 알릴 수 있는 공간이 없는데 사이트 알릴 수 있도록 선거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밖에 모 편집장은 ▲인터넷매체 후보자 초청 토론회 보장 ▲당선자들이 임기가 끝날 때까지 공약을 게재한 사이트 운영 등을 선관위에 제기했다.
변희재 시대소리 위원 “굳이 실명제를 취할 필요는 없다”
끝으로 변희재 시대소리 운영위원은 “선관위가 제출한 개정안 전체 방향은 선거법 개정취지에 부합한다”며 “그런데 각론에 들어가면 개정안 취지에 맞지 않는 내용 – 명예훼손, 비방 등 역기능 통제 – 이 있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변 운영위원은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서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작년 대선 때 선관위에서 1주일 꼴로 삭제요청이 들어왔지만 부작용은 오히려 심각하지 않았다”며 현행법상으로 얼마든지 조치를 취할 수 있는데 굳이 실명제를 취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변 운영위원은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를 통해 인터넷 기사를 규제할 때 주장성 사이트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기존 보도 중심으로 새로운 인터넷매체는 인정받지 못하면 인터넷을 규제하는 것밖에 안 된다”고 밝혔다.
김대일 선관위 사무관 “사전예방장치 필요해 실명제 검토”
김용희 지도과장을 대신해 토론에 임한 김대일 중앙선관위 지도과 사무관은 “개정안을 마련할 때 인터넷 시대적 흐름을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전제였다”며 “인터넷 선거운동을 자유화하면서 그로 인한 부작용은 기존 법으로 최소화해야겠다”고 밝혔다.
김 사무관은 “실명제의 부작용에 대한 사회적 비판과 비난이 사실이다”며 “사전 예방장치가 필요해 실명제를 검토한 것이며 특정 후보, 정당, 인터넷언론사 사이트에 사후 조치뿐만 아니라 기술적 장치를 하기 위해서 인증절차를 둔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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