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복) = 요즘 지방에선 시장·군수·구청장 등 자치단체장의 총선출마 문제가 주민들의 주요 관심사다. 내년 4·15 총선에 출마하는 단체장의 법적 사퇴시한이 임박하면서 ‘아무개는 출마한다더라, 아무개는 공천이 불확실해 장고한다더라’는 등 소문도 무성하다.
단체장 중에는 이미 3선으로 더이상 단체장 선거에 나올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 총선에서 현직 단체장들의 대거 출마가 예상되는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경향신문이 전국의 자치단체장을 상대로 취재한 바에 따르면 5일 현재 총선 출마를 공식·비공식 선언한 자치단체장은 김충환 서울 강동구청장(한나라), 원혜영 부천시장(열린우리당) 등 12명에 이른다.
하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법적으론 의회에 7일까지 사퇴서를 내야 하지만 이 규정이 강제사항은 아니어서 오는 17일까지 사퇴해도 출마에 문제가 없다”고 유권해석을 내림에 따라 사퇴서 제출을 늦추고 있는 단체장도 많다. 이중 이채익 울산남구청장(한나라당) 등 출마를 결심한 사람도 많아 줄잡아 20여명의 자치단체장이 임기중 사퇴할 전망이다.
단체장이 공석인 곳에서는 내년 6월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다. 재·보선은 1년에 두번, 4월과 10월 하도록 돼 있으나 내년에는 4월에 총선이 예정돼 있어 단체장 보선은 그로부터 50일 뒤에 치러지는 것이다. 결국 이들 지역은 6개월 이상 자치단체장 없이 지내야 해 행정누수 사태가 우려된다. 현행 지방자치법상 자치단체장이 없을 때는 부단체장(행정부시장·부군수)이 직무를 대행해 일체의 권한을 행사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 부단체장은 쟁점 현안에 대해 결정을 내리길 꺼리는 게 보통이다.
더 큰 문제는 지방공무원이 음성적으로 선거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자치단체장들은 이미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부단체장으로 임명한 상태여서 지방공무원들이 선거에서 중립을 지킬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한 지방공무원은 “선거에 나가는 단체장은 이미 요소요소에 자기 사람을 심어놓았다”며 “이렇게 인사혜택을 본 사람들이 전임 시장으로부터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현실적으로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문제에 대해 공직선거법을 엄격히 적용하는 것 이외에 특별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지방공무원의 인사·징계권한이 모두 해당 자치단체장(권한대행)에게 있기 때문이다. 행정자치부 강병규 자치행정국장은 “오는 11일 전국 시·도부지사회의를 열어 공직감찰을 강화하는 등 공무원 동요와 행정누수를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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