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사실상 수도이전이 무산됨에 따라 정부의 재정운용계획 등 경제정책과 국토발전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신행정수도건설은 내년부터 2030년까지 모두 45조원 이상이 투자될 대규모 국책사업이었다.
정부는 이를 위해 내년에 122억원, 2006년에 520억원을 투입하는 등의 중장기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짰지만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미 들어간 연구용역비 등 정부예산 37억원은 허공에 날린 셈이 됐다.
건설경기 연착륙을 비롯해 경제회복을 위해 최근 정부가 내세웠던 뉴딜정책도 차질이 예상된다. 정부는 2007년부터는 신행정수도와 함께 기업도시 건설 등 대규모 사업이 많다며 단기적인 건설경기 부양책을 마련하는데 주력해왔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수도이전을 둘러싼 정쟁과 정책혼선이 심화될 경우 가뜩이나 위축된 경제심리가 더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논란이 일단락됨에 따라 일부 불확실성이 해소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수도이전을 둘러싼 정쟁이 계속될 경우 경제에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허찬국 박사는 “정치권이 이번 판결을 순전히 정략적 관점에서 악용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고 앞으로 우리 경제가 어떻게 회생할 것이냐에 대해서 머리를 맞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수도이전을 둘러싼 정쟁 계속될 경우 경제에 독이 될 수도
이번 위헌 결정으로 우선 신행정수도 이전추진을 진두지휘해 왔던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가 발족 5개월 만에 간판을 내리게 됐다. 또한 지난 8월 11일 행정수도 이전 지역으로 확정된 충남 연기,공주지구는 행정수도 예정지라는 수식어가 사라지게 됐다.
신행정수도 건설기본계획과 청와대 등 73개 국가기관에 대한 이전계획도 백지화됐다. 충남 공주,연기지구 지역에 특별법으로 지정된 토지거래특례지역과 건축허가 행위제한 등의 조치도 즉각 소멸되게 됐다.
투기과열지구나 토지거래허가구역 등은 개별 법률에 따라 지정됐기 때문에 효력은 그대로 남아 있다.
다만 수도이전에 따른 투기방지 차원에서 지정이 이뤄졌기 때문에 해당 절차를 거쳐 해제여부가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등 73개 국가기관에 대한 이전계획도 백지화
참여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국토발전계획의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혁신형 클러스터 건설, 신수도권 발전방안 등이 그것이다.
정부는 연말에 지방으로 이전할 공공기관을 선정하고 이전지역을 확정할 예정이었지만 정부부처를 옮기지 못하는 마당에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할 명분이 사라지게 됐다.
신수도권 발전방안도 지금으로서는 큰 의미가 없어지게 됐다.
행정수도 건설과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수도권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방안이기 때문이다.
신행정수도를 중심으로 한 시간 안팎의 거리에 미래형 혁신도시를 조성해 지역발전을 꾀하겠다는 신국토구상도 궤도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로서도 알맹이가 빠진 국토구상에 대해 재검토를 벌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정부는 위헌결정으로 충청권의 반발 등 후유증을 치유해야 하는 부담도 떠안게 됐다.
이에 따라 행정수도 건설을 이유로 대상에서 제외됐던 충청권에 기업도시나 혁신도시를 건설하는 방안은 검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공주,연기지구에 과천이나 대전정부청사와 같은 행정타운을 조성하는 방안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정부 입장은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며 “의외의 결정이 나온 만큼 시간을 두고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 혁신형 클러스터 등 모두 재검토해야
충청권 부동산 시장도 급속도로 냉각될 전망이다.
행정수도 이전 호재로 땅값이 많이 올라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행정수도 이전 예정지보다 주변지역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아파트 시장도 급격한 침체가 예상된다.
하반기에만 분양예정물량이 1만6000가구에 이르러 건설업체들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반면 충청권에 몰렸던 관심이 다시 수도권으로 옮겨오면서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를 수 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의 한 부동산 업자는 충청권에 쏠렸던 부동산 투자자금이 수도권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수도권의 경우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정부의 각종 규제가 맞물려 하향 안정세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수도권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예상은 다소 무리가 있지만 충청권의 위축이 시장 전반의 장치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CBS경제부 구병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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