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뉴스 한길뉴스 기자) = 여성의 사회참여가 늘어나면서 음주 양상도 변하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령별 여성 음주자 비율은 20대 76%, 30대 74%, 40대 56%, 60세 이상 4 0%로 나타나 있다. 음주운전 단속에서도 여성 음주자가 갈수록 늘어 여성들이 집 안에서 몰래 혼자 술을 마시던 경향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 변하는 여성 음주문화
10여 년 전 만해도 여성의 음주는 집안에서 가족들 몰래 한 두 잔, 혹은 어쩔 수 없이 끼이게 된 술자리에서 억지로 받아 마시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요즘 도심의 술집에는 여성들끼리 술자리를 갖는 모임을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예전에 는 스트레스 해소책으로 술을 찾게 되는 경향이 강했으나 요즘은 여성들도 음주 자체를 즐기는 경향을 보인다.
정기적으로 접대 술자리를 만드는 여성들도 있다. 대구 시내의 한 주점에서 만난 한 30대 여성(영업직)은 한 달에 평균 3회 이상 여성 고객을 위한 접대 술자리를 만든다고 말한다. 단골집과 좋은 술을 정해놓고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다. 그렇게 마시다가 남은 술은 술집에 보관해 두었다가 친구들과 마시기도 한다.
낯선 사람들과 친목을 위해 술자리에 참석하는 여성들도 많다. 광고업체 직원, 화 장품 판매원, 피부미용사, 여성복 매장 경영자 등은 여성들이 즐겨 찾는 술집을 찾아다니며 술자리 친구를 만들어 고객을 확보하기도 한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술 은 여성들에게도 중요한 사업 수단이 됐다.
♣ 주부의 음주
주부들 중에는 요리에 맛을 돋우기 위해 사용하는 맛술을 조금씩 마시다가 술의 포로가 되어버린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주부들을 일컫는 ‘키친 드렁커’라는 낱 말이 생겨났을 정도.
그러나 대체로 이 ‘키친 드렁커’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스트 레스를 풀기 위해서나 가정 불화가 음주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또 주부들 중에는 남편의 무관심이나 폐경기 이후에 나타나는 상실감을 견디지 못해 술을 접하는 경 우도 있다. 이런 술은 일종의 ‘홧술’에 속한다. 대화 상대나 변변한 안주도 없이 혼자서 외로움을 안주 삼아 마시다보니 몸도 빨리 상한다.
♣ 술과 성(性)의 불평등
여성은 남성에 비해 음주에 따른 각종 사고 발생률과 자살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 져 있다. 또 각종 질환에서도 남성보다 취약한 것으로 의료계는 진단하고 있다. 남성에 비해 여성은 체지방의 비율이 높고 체내 수분이 적어 같은 양의 음주에도 여성의 알코올농도가 높아져 건강상의 문제를 더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알코올성 간염, 간경화 등 간질환의 발생률이 높고 발병시 경과가 빠르다 는 특징을 갖는다. 임신 중 음주는 ‘태아 알코올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고 심한 경우 유산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태아 알코올 증후군’에 걸린 신생아는 소두증(小頭症), 안면기형, 심장기형을 특징으로 한다.
황재석(계명대 동산의료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여성의 간 대사 능력은 남성의 절반 수준에 머문다고 말한다. 따라서 같은 양을 마셔도 빨리 취하고 음 주로 인한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건강문제 뿐만 아니라 남성의 인식 또한 여성들에게는 종종 무서운 위험으로 작용 한다. 술 취한 여성은 남성을 원한다거나 술 취한 여성은 외로울 것이라는 선입견 이 종종 남성을 공격적으로 돌변하게 한다. 음주 후에 성폭력을 당했다는 여성들 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 알아두면 좋은 술 상식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어지는 이유는 알코올 분해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간 장에는 아세트알데히드 탈수소 효소(ALDH)가 5종류 있다. 이중 주로 1, 2형이 독 성물질을 분해한다. 술 마시면 얼굴이 잘 붉어지는 사람은 저알코올에서도 작용하 는 2형(ALDH)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과한 술은 숙면을 방해한다. 간도 잠자는 사이에는 쉬어야 한다. 그러나 과음 은 알코올 분해량을 늘게 해 간을 쉴 수 없게 한다. 게다가 해장술은 치명적이다. 해장술은 뇌의 중추신경을 마비시켜 숙취의 고통조차 느낄 수 없게 하고 철저히 간과 위를 파괴한다. 일시적으로 두통과 속쓰림이 가시는 듯한 것은 마취와 같다. 해장술은 다친 곳을 또 때리는 것이다.
과음은 성기능을 방해한다. 반복되는 과음은 대뇌를 마비시켜 남성의 발기를 방해 하고 남성 호르몬 생산을 방해해 불임을 유발한다. 여성 음주자들에게는 불감증에 빠지게 하거나 생리를 불규칙하게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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