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후 퇴근까지 자신있으면 출근하세요”메시지 보내고 불응하자 해고

법원 “근무시간 변경 등은 복직 막기 위한 보복조치” 해고무효 판결

대구지법 포항지원, 성추행 고발 보복성해고 무효확인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재활교사로 일하던 장애여성이 시설장(長)의 입소 장애여성에 대한 성추행을 고발하였다가 보복성 해고를 당했으나, 법원이 해고무효 판결을 내렸다.

14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대구지법 포항지원 제2민사부(재판장 사경화)는 A씨가 B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면직처분은 무효이며, 복직때까지 매월 265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시각장애인인 A씨는 2020년 3월 경북 포항시의 B 사회복지법인에서 재활교사로 근무하던 중 시설장(長)인 C씨가 입소 장애여성을 성추행하는 장면을 목격하자 즉시 경찰에 고발했다. A씨는 그 이전에도 C씨가 포항시에서 지원하는 보조금을 부정수령하는 것에 대해 감독기관에 수차례 시정조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A씨는 경찰 고발 이후 C씨의 보복이 두려워 1년간 육아휴직을 떠났다. A씨는 5살난 시각장애 자녀를 홀로 양육하고 있었다.

A씨가 복직을 1개월여 앞둔 시점에 B법인은 A씨에게 새로운 업무지시서를 보내면서 근무시간대를 변경했다. 육아휴직 이전에는 오전 9시~오후 8시였으나, 복직 이후에는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시간외 근무는 오전 6~8시로 근무하라는 것.

육아휴직 이전에도 하루 10시간씩 고단하게 일하며 장애 자녀를 키워왔던 A씨에게는 새로운 근무시간대는 해고통보나 마찬가지였다. A씨는 “퇴근 무렵인 새벽 1시에는 대중교통이 없고, 야간근무를 하게 되면 5살난 장애 자녀를 양육할 수 없다”며 육아휴직 이전처럼 낮에 근무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B법인측은 “상사의 근무명령은 고유 권한” “사업주와 근로자의 관계를 숙지하라” 등의 문자메시지로 대응했다. 심지어 “출근 후 퇴근까지 자신 있으면 출근하세요”라는 조롱조의 메시지까지 보냈다.

A씨는 이에 맞서 육아휴직 이전처럼 아침에 출근했으나, B법인은 직원을 동원해 A씨의 출근을 막았고 이어 인사위원회를 열어 지시 불이행, 무단결근 등의 사유를 내세워 면직처리했다.

결국 A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B법인은 “입소한 장애인의 인적 구성과 생활 일정이 달라져 부득이하게 A씨의 근무시간을 변경했다”며 “A씨가 업무지시를 위반했기 때문에 면직처분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단측은 “B법인이 정당한 이유없이 육아휴직 전후의 근무시간과 근무조건을 변경하고, A씨가 육아와 근로를 동시에 할 수 없도록 위법한 업무지시를 내렸다”고 반박했다.

한편 재판진행과정에서 B법인은 A씨의 복직을 앞둔 시점에 노무법인에 의뢰해 ‘육아휴직중인 근로자를 휴직 종료 후 해고를 하려고 할 때 해고의 적법성 여부와 준수해야 할 절차’에 대해 자문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은 A씨의 주문을 모두 인용했다. 재판부는 ▲업무지시서에 기재된 업무가 굳이 야간에 이뤄져야 할 이유가 없고 ▲새로운 근무시간대가 양육시간과 겹치고 ▲퇴근시간인 새벽 1시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점 등을 열거했다. 이어 “이런 업무지시는 A씨가 시설장의 장애여성 성추행을 고발하는 등 민원을 제기한 것에 대한 보복조치로 복직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A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공단측 조필재 변호사는 “현행 근로기준법상 B법인처럼 근로자 4인 이하의 사업장은 사실상 해고사유의 제한을 받지 않고 있다”며 “그렇다고 하더라도 남녀고용평등법 등 관련 법률을 위반하는 업무지시와 이에 따른 해고는 무효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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