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해고노동자 노모 공장 앞서 ‘1인 시위’(한길뉴스 한길뉴스 기자) = “제 아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이렇게 애타게 만듭니까. 죄 없는 제 아들을 석방시켜 주세요.”
국내 굴지의 대기업 계열사에서 노사협의회 활동을 하다 해고되고, 4년간 복직투쟁을 벌이다 회사의 고발로 구속된 한 노동자의 팔순 노모가 “아들을 돌려 달라”며 1인 시위에 나서 주변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지난 7월말부터 연일 30도가 넘게 계속되던 ‘불볕 더위’에도 아랑곳없이 아들이 다니던 공장 앞을 지키고 선 이는 올해로 꼭 여든을 맞은 김옥연씨. 김씨는 전 삼성SDI 부산공장(울산 울주군 삼남면) 노사협의회 위원 송수근(39)씨의 어머니다.
“노조 활동으로 억울한 해직… 회사 고발로 구속”
김씨가 ‘재벌그룹’을 상대로 여든 평생 처음 ‘시위’를 벌이는 이유는 바로 ‘억울한 해직’과 더불어 ‘구속’까지 당해야 했던 아들과 옥바라지로 고생하는 며느리 박미경(34)씨를 차마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
김씨의 아들이자 한 가정의 가장이었던 송씨는 지난 98년 2월 회사로부터 해고된 이래 4년 동안 삼성을 상대로 ‘복직투쟁’을 벌이던 중 작년 11월 회사에 의해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고발당하면서 구속됐다.
해고 당시 송씨는 삼성SDI 노사협의회 위원으로 회사가 추진하던 ‘사내기업’에 반대하는 활동을 했었다. 송씨의 가족과 ‘삼성해복투’ 동료들이 송씨의 해직을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해고 이유가 바로 “삼성의 무노조 원칙에 어긋나는 활동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
해고된 당사자인 송씨 역시 이 같은 내용을 주장하며 회사를 상대로 복직투쟁을 했었고, 삼성은 이를 명예훼손으로 간주했다. 삼성SDI의 노무관리팀에 따르면 송씨는 근태조작 등 몇 가지 부정행위와 근무지 무단이탈, 불법시위 조작 등의 이유로 해직됐다는 것.
송씨의 구속 10개월째. 여든 나이에 허리도 제대로 펼 수 없게된 김씨는 매일같이 공장 앞에 나가 1인 시위를 하며 아들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며느리를 앞세워 자신도 ‘시위’에 나서게 됐다.
김씨에게는 아들에 대한 걱정과 남겨진 가족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죄 없는 아들을 잡아 가두는” 회사에 대한 원망이 더 컸다.
“지난 7월 22일, 집에 오신 어머니께 ‘1인 시위’를 하러 간다고 말씀드리니까 역정을 내시며 같이 가신다고 하시더군요. ‘내 아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이렇게 애타게 만드냐’고 하시면서… 남편이 구속된 뒤로 어머니는 허리 통증이 심하셔서 제대로 서 계실 수도 없습니다. 그래도 피켓 하나를 세워 놓고 앉아서라도 후문 앞에 계시더군요.”
“내 허리 아파 먼 곳까지 면회도 못가는데…”
며느리 박씨와 함께 시위에 나간 첫날, 김씨는 후문 앞 보도블럭에 앉아 ‘아들 같은’ 노동자들이 퇴근하는 모습을 그저 조용히 지켜봤다. 퇴근하던 삼성 노동자들은 김씨의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사람들이 지나 가면서 ‘오죽하면 연로하신 모친이 회사 앞까지 오셨겠냐’며 분노하더군요. 저 역시 어머니께서 의자도 없이 도로에 그냥 앉아 계신게 정말 마음 아팠습니다.”
지난 7월 22일 첫 시위에 나선 뒤, 김씨는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삼성 공장으로 ‘출근’을 했다. 이제 나이가 들어 아들이 수감돼 있다는 ‘대구교도소’까지 면회도 갈 수 없지만, 아들의 억울함만은 어떻게든 풀어야겠다는 마음이 그만큼 단단했다.
“남편이 부산교도소에서 대구교도소로 옮겼다는 말씀을 드리니까 어머니께서 ‘내 허리 아파서 먼 곳까지 면회를 못가는데, 일부러 보냈나’하시더군요. 말씀은 그러셔도 어머니는 언양 읍내에서도 차로 20여분 걸리는 시골에서, 당신 몸도 편찮으시면서도 매일 저와 함께 1인 시위에 나섰습니다.”
김씨는 최근 며칠 계속된 장대비로 아들의 공장에 나가보지 못했다. 그러나 이 비가 그치는대로, 다시 피켓을 들고 삼성SDI 공장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언제까지 시위가 계속될지는 모르죠. 남편이 구속되면서 제가 틈나는 대로 시위에 나섰는데, 어머니께서도 남편 얼굴을 볼 때까지 계속 하시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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