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요양병원측 과실 인정 코로나 사망 유가족 위자료 지급 판결

대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병원측의 코로나 19 예방 및 대응 부실로 사망한 환자의 유가족이 1,400여만원의 위자료를 지급받게 됐다.

A씨(당시 83세)는 2020년 2월 대구의 자택에서 넘어져 왼쪽 대퇴골에 골절상을 입어 병원으로 실려간 뒤 열흘여 만에 C 요양병원으로 옮겼다.

당시 대구지역에는 코로나 19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C 요양병원에서도 직원 17명, 환자 57명 등 74명이 집단감염됐다. A씨도 확진 판정을 받아 대구보훈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보름만에 코로나 19 감염증을 직접 사인으로 사망했다.

A씨의 유가족들은 병원측에 손해배상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요양병원 운영자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의료법에 따르면 150병상 이상 규모의 병원은 감염관리실을 설치하여야 하지만, C 요양병원은 199병상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감염관리실이 없었다. 또한, 당시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발표한 ‘집단시설 등 대응지침’에 따르면, 발열 등 코로나 증상을 보이는 직원에 대해 출근을 금지해야 함에도 병원측은 이를 어겼다.

대구지법 이수정 판사는 A씨의 자녀 등 유가족 6명이 요양병원 운영자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요양병원측의 과실을 인정해 유가족에게 1,400여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특히 재판부는 요양병원의 간호과장 등 직원들이 인후통과 발열 등 코로나 증상을 보였는데도 즉시 격리조치하지 않고 3~16일 가량 근무토록 한 것을 지적하며 “코로나 19 감염예방, 관리를 위한 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소송을 진행한 공단측 이기호 변호사는 “병원 내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사망사건에 대해 병원의 책임을 인정한 보기 드문 사례”라며 “코로나에 취약한 고령환자가 많은 요양병원의 경우 병원내 감염에 대한 대비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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