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거대한 블랙홀, 지방은 공동화로 황폐화”(이승욱) = ‘지역균형발전과 민주적 지방자치’를 모토로 내걸고 전국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지방분권운동 조직이 ‘닻’을 올렸다.
지난 7일 대구 경북대학교에서는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광주전남본부 등 전국 각 12개 지역별 지방분권운동 단체와 경실련 등이 참여하는 ‘지방분권운동'(상임의장 김형기 경북대 교수)이 창립대회를 가지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시작된 창립대회에는 각 지역에서 모인 지방분권운동 단체 관계자 등 5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이날 참석자들은 ‘지방분권! 시민의 힘으로’란 구호가 적힌 노란색 천을 가슴에 두르고 하늘색 손수건을 목에 두른 채 참석했다.
이날 창립대회에는 김진선 강원도지사, 이의근 경북도지사, 조해녕 대구시장, 김달웅 경북대 총장 등이 참석했으며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신기남 최고위원만이 자리했고 당초 참석을 약속한 한나라당 강재섭 최고위원은 국회 일정으로 불참했다.
지방분권운동은 창립선언문을 통해 “(현재) 서울은 모든 지방의 돈과 사람과 자원을 집어삼키는 거대한 블랙홀로 된지 오래이며 정치, 경제, 사회 등 총체적인 집중화가 갈수록 격화되고 있을 뿐이다”고 밝히고 “(반면) 지방은 공동화로 일터와 삶터가 황폐화되고 있으며 총체적 위기와 몰락의 길로 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방과 서울이 당면하고 있는 위기의 근원은 우리사회 모든 영역에서의 권력과 중추관리기능의 중앙 독점·서울 집중, 즉 서울에 지배거점을 둔 총체적 중앙집권체제에 있다”면서 “서울거점 중앙집권체제를 타파하는 지방분권이야말로 지방위기를 극복하는 결정적 관건이다”고 밝혔다.
이날 공동대표와 상임의장으로 선출된 김형기 교수는 인사말에서 “우리 역사상 천년의 역사를 이어왔던 중앙집권의 역사를 이제는 끊어야 한다”면서 “이웃에 있는 모든 지역주민들의 힘을 합해 지방분권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축사를 한 이의근 경북도지사도 “어떤 개혁보다 선행돼야 하는 것이 지방분권의 문제”라면서 “밑으로부터 일어난 지방분권운동이 전국민적으로 승화할 때 지방이 살고 나라가 사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날 창립대회는 이후 사업계획 발표와 함께 지방 살리기 3대입법 및 지방분권 10대 의제 발표, 창립선언문 및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낭독하고 문화공연, 만세삼창 등으로 끝을 맺었다.
지방 살리기 3대 입법 & 지방분권 10대 의제
지방분권운동이 발표한 지방 살리기 3대 특별법은 ‘지방발전특별법’ ‘지방분권특별법’ ‘지방혁신촉진법’ 등이다.
이와 함께 지방분권 10대 의제로 ▲기관위임사무 폐지 및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지방이양 ▲지방소득세, 지방소비세 도입 및 지방교부세 인상 ▲중앙행정부서 및 행정수도의 지방이전 ▲주민투표법 등 주민참여제도 도입 ▲지방대학육성특별법 제정 및 인재지역할당제 도입 ▲자치경찰제 도입과 교육자치 개선 ▲지역금융산업 육성 및 지역발전 특별기금 조성 ▲지역과학 진흥과 기술혁신 촉진 ▲지역언론 육성 및 지역문화·정보 활성화 등이다.
이번 지방분권운동 창립대회는 크게 두 가지 의미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우선 각 지역별로 흩어져 ‘각계전투’를 벌이고 있는 지방분권운동 조직을 하나로 결합해 힘을 모은다는 점이다.
지난 4월 13일 전국에서 최초로 대구에서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가 창립식을 가진데 이어 부산운동분부, 광주전남본부, 대전충남본부, 강원본부 등 8개의 지역본부가 공식적인 출범을 했고, 4개 지역에서 준비위원회가 꾸려져 있다. 하지만 각 지역별로 흩어진 지방분권 주장에는 큰 힘이 실리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대선을 40여일 앞둔 시점에서 지방분권운동의 전국 조직을 결성함으로써 대선 후보들에게 선거국면에서 압력을 행사하겠다는 점이다.
지방분권운동 한 관계자는 “이번 대회로 지방분권 문제를 각 지역이 합심해서 문제제기하고, 대선을 앞두고 지방 살리기 3대입법과 지방분권 10대 의제 등을 대선 후보들에게 공약화 하도록 해 대선 이후에 실질적인 변화가 생기도록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분권 대선후보에게 약속 받는다
특히 지방분권운동은 오는 15일 서울역과 각 정당별 당사에서 대선후보 ‘지방분권 대국민 협약’ 촉구 집회 및 협약문 전달식을 가지는 것을 필두로, 22일 지역동시다발 캠페인 개최과 ‘대선후보 초청토론회’, 28일 대선후보 지방분권 협약 체결식을 개최하는 등 대선을 앞두고 빼곡한 활동계획을 잡아두고 있다.
따라서 이번 대선을 통해 지방분권 10대 의제 등 지방분권운동의 과제들을 각 대선후보들에게 공약화를 약속 받고, 대중적으로 지방분권운동을 확산시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셈이다.
하지만 현재 지방분권운동에 대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지방분권 운동은 지역민의 의식과 가치가 선결조건임에도 현재의 지방분권은 상층부 중심의 운동을 흘러가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국가차원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권력을 단순히 나누는 것만이 아닌 대안의 시스템이 무엇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지방분권운동 관계자는 “물론 교수 집단 등 상층부 중심으로 문제제기를 했다는 것은 맞지만 각계각층으로 전파하고 구체화시키는 과정에서는 출발점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이번 지방분권운동을 창립을 계기로 한층 지역민의 대중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분권운동의 한계 지적도 있어
반면 지방자치단체가 지방분권운동에 대해 전폭적으로 지원을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실제 대구시의 경우만 보더라도 지방분권의 근간이 되는 ‘주민참여제도’ 등에 대한 조례제정에는 소극적이라 각계각층의 이해관계가 상충되고 있는 부분에 대한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정치권이 입으로는 지방분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날 창립대회에 참석한 정치인이 단 한 명인 예에서 중앙 정치권의 지방분권에 대한 의지를 다시 새겨야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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