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 출신 김씨 독립신문 단독 인터뷰, 노벨상 로비 은폐에 분노(신혜식) = 자신을 국정원 직원이라며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 로비내역을 상세히 공개한 양심선언 주인공 김기환씨와 어렵사리 국제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김기환씨는 국정원 직원이었다가 현재는 미국에서 유학중이라고 밝혔다. 또 자신이 장문의 글을 통해 밝힌 내용은 대부분 사실이며 일부 추정부분도 확인해 보면 사실일거라고 주장했다.
양심선언의 배경에 대해서는 국민의 혈세가 국민적 동의 없이 노벨평화상이라는 개인의 욕심 때문에 낭비되고 또 북한 김정일 독재자에게까지 흘러간 데 대해 분노를 참을 길이 없어 양심선언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기환씨는 미국 펜실베니아주의 한 대학에서 유학중이라고 했다. 기자와 통화하면서 그는 자신이 경남 밀양 출신이고 서울법대를 졸업했으며 1992년에 안기부 공채 제30기로 들어갔다고 밝혔다. 2001년에 퇴직했다고 한다. 양심선언문에 나오는 내용과 일치하는 부분이었다.
다만 이름은 약간의 가명처리가 돼있다는 말을 했다. 양심선언을 하게 된 배경과 관련해서는 이렇게 설명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對北 뒷거래 비밀 송금 의혹을 교묘하게 덮으려는 것을 보고 견딜 수 없었습니다. 더구나 언론이 이 진실을 파헤치려 하지 않고 축소 은폐에 가담하는 모습까지 보여 더 화가 났습니다. 언론이 제 역할을 하였더라면 국정원 직원 출신이 이런 악역을 맡고 나설 리가 없지요.”
기자가 “노벨상 내용에 대한 폭로는 무척 구체적인데 對北 비밀 지원 의혹에 대한 글은 상당부분 추정에 근거한 것 같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추정부분은 추정이라고 내 글에서 밝혔다. 그러나 거의 사실에 가까울 것이라며 자신이 알고 있는 부분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는 “김 대통령이 현대상선을 통해서 남북협력사업에 쓸 목적으로 2,235억원이 갔다고 언급했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다. 그 돈은 전체 對北 비밀 지원금으로 약속한 15억 달러의 일부이다. 이 점을 알리는 것이 이번 글의 중요한 목적이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기환씨와 국제전화로 가진 일문일답이다.
-국정원에서 근무할 때 노벨상 로비팀으로 직접 참여했나?
“직접 참여한 것은 아니다. 노벨상 로비는 극비로 진행된 일이었다. 그러나 김한X과 같은 사무실에 근무했기 때문에 지근 거리에서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자연스럽게 많은 것을 알게 됐다. 김한X과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한 건 3개월 정도였다.
-내용이 너무 충격적이라 사람들이 반신반의합니다.
“내가 밝힌 내용은 거의 맞다. 그만큼 자신이 있어서 터트린 것이다. 내 글을 인용해서 기사화 해도 나중에 후회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 정도로 나는 자신 있다.”
-당시 김한X씨는 국정원에서 어떤 일을 했나?
“기사에 김한X이 대회협력 보좌관이라고 적었는데 그것은 아니고 이종찬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라 노벨상 수상 전담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사무실에는 둘만 있었던 것이 아니고 10명 정도가 있었으며 각자 다른 일을 보았다. 나는 해외 홍보일을 보았다.
-김한X씨를 언제 마지막으로 보았나?
“김한X씨가 99년 5월에 회사(국정원)를 퇴직하고 청와대로 들어갔다.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이 99년 7월 필라델피아 자유메달을 받았다. 그때 김한X씨가 국정원에서 같이 근무한 사람들에게 크게 술을 산 적이 있다. 그 일로 김한X씨는 청와대로부터 크게 신임을 받았다. 그때 김한X씨를 마지막으로 보았다.”
-노벨상 로비에 쓰인 자금이 어떻게 북한으로 들어가게 됐나?
“대부분의 돈이 유로화로 들어갔다는 첩보는 입수했다. 또 한날 한시에 돈이 전달된 것이 아니고 여러 날에 걸쳐서 전달이 되었다. 돈은 대부분이 유로화로 전달이 되었다. 그러나 환전관계는 내가 잘 몰라서 구체적으로 말하는데 자신이 없다.”
-국정원에서 김기환씨의 존재를 부인한다는 소식도 있다.
“일을 극비로 추진했기 때문에 노벨상 로비 부분을 나처럼 글로 쓸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국정원조차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때문에 국정원이 나의 존재를 부인하고 싶었을 것이다.”
-일부는 대통령 선거때 이일을 터트리지 왜 이제 터트렸냐며 의구심을 가지기도 한다.
“사실 대통령 선거당시에 국내에 들어가 한나라당 사람들을 만났다. 그러나 한나라당 사람들이 내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
-왜 그랬나?
“그 이유는 내가 짐작컨데 자기들이 메가톤급 효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폭로했던 메모보고서(도청자료)가 역효과를 가져오자 이 일도 반신반의했던 것으로 생각한다.”
-당시 한나라당에 가져간 증거 자료는 아직도 있나?
“그것은 전화상으로 말하기 어렵다. 내가 한국에 들어갔을 때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조사를 받았다. 지금은 몸조심하고 있다.”
-혹시 여권과 이 문제를 가지고 상의한 적이 있나? 대북뒷거래자금 2억달러가 터져나온 시점과 묘하게 일치해 여권의 각본에 의해 이 두건의 일이 터진게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다.
“그런 적 없다. 단지 오마이뉴스가 이 문제를 터트린 것을 보고 나도 터트릴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내 글을 공개하기전 까지는 많은 망설임이 있었다. 내용이 너무나 엄청나기 때문에… 그러나 내 양심선언이 불발로 그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추가로 폭로할 내용이 있습니까?
“추가로 할 내용은 있지만 지금의 양심선언 내용이 너무 커서 당분간은 아무런 글도 내지 않을 것이다. 당분간 이 글의 파장을 지켜보면서 대응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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