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우) = 제15호 태풍 `루사’가 할퀴고 지나간 경북 김천시내는 도시를 온통 진흙으로 도배 한 토성(土城)을 연상케 할 정도로 참혹했다.
1일 오전 내내 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아 경부고속도로 김천 톨게이트를 빠져나온 차량들이 시내로 이어지는 도로에 꼬리를 물어 거의 주차장이 되다시피 북새통을 이뤘다.
또 주요 간선도로 곳곳이 물에 잠겨 원동기로 물을 퍼내는 작업을 벌인 끝에 일부 지역은 이날 오후 늦게서야 도로가 소통되기도 했다.
농소면 153가구 300명 등 김천시내 15개 읍면 978가구 2천478명의 이재민들은 31 일 득달같이 밀려오는 홍수앞에 겨우 몸만 빠져나와 학교나 마을회관에서 밤을 지 새고 1일 물이 빠진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물에 잠겼던 집과 진흙 투성이가 된 가재도구 앞에서 망연자실했다.
감천을 따라 길게 늘어선 황금동 시장 주변 상가에서는 해가 없는 흐린 날씨인데 도 어쩔 수 없이 물에 젖은 물건들을 꺼내보지만 마를리가 만무했다.
반지하의 공간을 임대해 인쇄업을 하는 박모(56)씨는 “인쇄기계가 물에 잠겨 진흙 탕을 뒤집어쓰는 바람에 약 4천만원의 손해를 입게 됐다”며 “가정집이 아닌 공장 은 보상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시청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20대 아들이 부모를 차에 태우고 물을 피해 황급히 피 신하다 급류에 휘말렸고, 또 70대의 한 노인은 아들과 동생을 데리고 벌초를 한뒤 귀가하다 자신만 간신히 살아났다”는 소식을 전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황모(45·여)씨는 “정수장이 침수되는 바람에 아파트의 수돗물 공급이 끊겨 취사 를 못하고 화장실조차 가지 못해 4식구가 물이 공급되는 친척집을 찾아가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령 횡계들, 아포 원창들 등지에서는 모두 300ha의 농경지가 완전 매몰됐고 3천 여ha의 논이 침수됐으며 120ha의 과수작목이 낙과피해를 입었다. 이곳 농민 최모( 60)씨는 “추수를 앞두고 다자란 벼가 누런 흙탕물을 뒤집어 쓰고 있는 모습을 바 라보니 지병인 심장병이 도지는 것 같다”고 울상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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