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 홍보대사(한지영) =

“선생님! 저 아들 낳았습니다.”
“우와! 축하해요! 김천으로 이사 오니까 셋째도 낳고 얼마나 좋아. 막내도 김천 홍보대사 만듭시다!”
“당연하지요. 시장님께 300만원 받으면 한 턱 쏘겠습니다. 기대하십시오!”
작년 2월, 절친한 친구가 아끼는 후배 선생님이 경산에서 짐을 꾸려 김천으로 왔습니다.
4살, 3살의 남매를 두었는데 지난 7월 4일에 다시 셋째를 낳았습니다.
욕심도 많지요? 그런데 욕심 많은 그 젊은 부부가 저는 참 좋습니다. 불룩한 배를 안고서 어린 남매의 손을 이끌고 걸어 다니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그래서 그 부부를 만날 때마다 칭찬의 소리가 줄줄 흘러나옵니다.
무더위가 한창이던 그 날, 드디어 셋째를 낳았다고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왜 이리 기쁠까요? 그 이유, 저는 알아요. 저도 애가 셋이거든요.
저무는 서른여섯에 막내를 낳던 날 정말 대단하다고, 참 기특한 일을 했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해준 사람들이 많았답니다.
그렇게 우리 셋째 는 모두의 축복 속에 태어나 현재 혁신도시 김천의 희망동이로 쑥쑥 자라고 있습니다.
드디어 찾아 헤매던 반쪽을 만나 결혼을 하기로 결심을 굳혀가던 어느 날, 예비 남편이 어렵게 말을 건네 왔습니다.
“김천 가면 니가 좋아하는 과일 억수로 많은데…….그리고 돼지고기 값으로 소고기도 실컷 먹을 수 있는데…… 같이 김천 가면 안 되겠나?”
말도 많지 않은 무뚝뚝한 마산 남자가 제 머리털 나고 단 한 번도 가 본적 없는 김천에 가서 살자고 꼬시기 시작했습니다.
물도 맑고 공기도 좋고 자연재해도 없는 국토의 가장 중심에 위치한 사통팔달 교통의 요충지에서 사이좋게 한 번 살아보자고 만날 때마다 했던 말 또 하며 김천을 소개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살기 좋은 도시라며 자기가 무슨 김천시 홍보대사인양 그렇게 자랑하며 김천에 가서 살자고 애원을 했습니다.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두 눈 딱 감고 산 사람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습니다. 겨울바람이 유난히 차가웠던 1994년 1월, 고집 센 남편 하나만을 믿고 정든 고향과 친구들 내 젊음을 모두 바쳤던 첫 직장에 대한 열정까지 고스란히 남겨둔 채 아는 이 한 명도 없는 김천으로 왔습니다.
김천에서 가장 멋지고 가장 큰 건물 시청이 떡 하니 버티고 선 그 옆 아파트에 신혼집을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달봉산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신음동민들과 함께 호흡하기 시작했습니다.
소고기는 많이 못 먹었지만 개령 포도, 감문 참외, 농소 자두를 끊이지 않고 먹는 동안 정이 철철 넘치는 사투리를 배워가며 김천 사람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1996년 3월 17일 오후 5시 37분! 드디어 첫 아들을 낳았습니다. 저도 엄마가 된 것입니다. 신음동사무소에서 출생신고를 하던 날의 그 감동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다음해 또다시 딸을 한 명 더 낳았습니다. 아~ 이제 저는 며느리로서, 아내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했다는 가슴 뿌듯함에 세상 부러울 게 없었습니다. 그런데 뭔가 2% 부족한 게 있었나 봅니다.
어느 날 문득 자신도 모르게 들어선 셋째! 한 명 더 낳으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노라 큰소리 쳤던 그 말 다 까먹은 채 큰마음 먹고 김천시민을 한 명 더 탄생시키고 말았습니다.
요즈음 아이 셋을 낳은 사람만 만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40년이란 그리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아오는 동안 자신이 가장 잘 한 일이 바로 아이 셋 낳은 것이라 자랑하며 젊은 부부들에게 셋째 낳기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2007년 1월부터는 셋째를 낳으면 거금 300만원이나 준다고 하니 김천시 짱입니다. 그리고 시장님께서 직접 방문하여 격려도 해주신다고 하네요.
낯설고 물선 곳에 와서 13년을 사는 동안 이젠 단골집도 만들었고 친한 이웃도 생겼습니다. 출․퇴근길 각종 수상 소식을 담은 경축 플랜카드를 바라보며 김천에 사는 것이 행운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즈음은 김천에 살게 해 준 남편이 참 고맙습니다.
지난 5월에 전국의 명소를 찾아 여행하기를 좋아하는 친구 부부가 놀러왔습니다. 김천 직지사를 둘러 본 후 식당가에서 산채 정식을 먹고 직지 문화공원에서 분수 쇼를 관람 후 전원 카페에서 대추차를 한 잔 마셨습니다. 전국 대상을 받은 문화공원 화장실을 다녀오더니 친구가 남편에게 말을 합니다.
“나도 김천 와서 살고 싶다. 무지개 뜨는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니 기부니 참 좋네. 당신 직장을 김천 근처로 옮겨올 수 없나?”
그 날 밤 친구 부부는 김천시민인 저보다 더 많이 김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습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원에 어떻게 휴지 한 장 날리지 않는지, 어떻게 늦은 시각에도 공원에서 술 마시고 주정하는 사람이 한 명 없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참 좋은 도시라고 합니다.
김천 사람인 저는 단정한 공원의 그런 모습이 당연한 것 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가 봅니다.
다음 날 김천에 사는 것은 축복이라며 자주 놀러 와도 되겠냐는 부탁 말을 남긴 채 마산으로 떠났습니다.
친구의 말을 듣고 가족들과 다시 한 번 더 김천 여행길에 나섰습니다. 그 어디를 가나 말끔히 정돈된 조경에 취해 심장이 자꾸만 쿵쿵거립니다. 우회 도로를 달리는데 나무로 조경된 Central Gimcheon 과 김천 상징 마크를 보았습니다. Central에 담긴 그 의미를 되새기니 ‘멋지다!’ 라는 감탄사가 저절로 흘러나옵니다. 그렇게 김천의 구석구석은 감동 깊은 한 편의 드라마가 되어 그 아름다움에 푹 빠져들게 합니다. 저처럼 쉽게 흥분하는 사람은 한 손을 왼쪽 가슴에 얹어 심호흡도 한차례 해야 합니다.
울산 여자와 마산 남자가 만나 어느새 완전한 김천 사람이 되었습니다.
우리 부부에게 제2의 고향이 되어버린 삼산이수의 청정도시 김천! 그래서 저는 이곳을 방문하는 지인들에게 자칭 김천시 홍보대사라며 예전에 남편이 했던 그 말들에 역동의 혁신도시를 강조하며 김천사랑을 풀어 놓습니다.
정겨운 김천 사투리를 구사하는 우리 세 아이들에게 자연친화적 전원도시 김천을 고향으로 만들어 주었기에 제가 참 행복합니다. 먼 훗날 소나무 가로수로 아름답게 조경된 이 도시가 세계에서도 으뜸가는 부자 도시가 될 것임을 저는 확신합니다.
오늘도 우리 가족은 달봉산 아래 자리 잡은 김천시청을 바라보며 삼산이수의 늘 푸른 도시 김천을 사랑하고 빛내는 김천시 홍보대사가 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First Gimcheon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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