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석) = 김천은 요즘 연말을 맞아 여러 가지 상복이 터지고 있다. 자랑스런 시민 상을 비롯한 시문화상·기업인 상 등 그야말로 자랑스런 상이 수여되고 있다. 먼저 이들 상 수상자들에게 심심한 감축과 함께 더 한층 지역발전에 공헌하기를 부탁하고자 한다.
이들 각부문 상 수상자들을 심사한 관련 기관 단체들의 엄정한 판단에도 충분한 이유를 기초로 수고했음을 아울러 지적한다. 왜냐하면 이렇듯 각부문 수상자가 선정됐는데도 별 반대적 입장이 세풍(世風)을 타고 나오는 불미스런 일이 없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이에 따라 수상자들은 이를 계기로 더욱 존경과 사랑, 그리고 지덕겸양(知德謙讓)을 갖춘 내 고장 큰 나무로 우뚝 서기를 간절히 바란다. 다시 말해 수상(受賞) 절대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주무(主務) 부서만의 잔치에 끝나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황무지를 옥토로, 급변한 산업 발달에 따라 어스러진 인간의 가치관을 재건하는 기회를 삼아 줄 것을 부탁하는 것이다.
따라서 상을 주는 쪽에 이러한 문제를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상을 받는 수상자자신들이 이러한 우리의 바람을 인식, 과연 상을 받아도 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더욱 상 받는 영광에 앞서 책임감 또한 그 만큼 많다는 것을 마음속 깊이 헤아려야 함도 지극히 당연한 일로 받아들일 것으로 믿는다. 즉, 결정된 수상을 조건 없이 거부해서도 안되고 그럴 수도 없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나 그렇다고 과연 이 상을 자신이 받아도 되는지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내가 아무 한 일이 없는데, 부끄러운 상인데 싶으면 상을 받고 안 받고는 수상대상자(受賞對象者) 자신에게 결정권이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춘추전국 시대 제(齊)나라의 벼슬아치 환공(桓共)이 왕을 시해(弑害)한 후 스스로 왕위에 올랐다. 사관(史官)이 왕을 시해하고 환공이 왕위에 올랐다는 사실을 사실대로 기록했다. 임금자리에 오른 환공은 시해가 무슨 말이냐 며 다른 말로 표기토록 했다.
사관이 아버지나 왕을 죽였을 때는 살(殺)을 쓰지 않고 시(弑)를 사용해 높임 씨로 예우하고 있다는 말을 하면서 다른 말 표기를 거부하자 왕은 사관을 죽였다. 왕은 두 번째 사관을 불러 시해란 말을 빼라고 지시했으나 그도 역시 시해란 말을 뺄 수 없다고 주장하자 당장 목을 쳤다.
세 번 째 사관에게도 같은 맥락의 지시를 하고자 할 때 마침내 전국 유생들이 왕의 부당함을 들어 항의하고 나섰다. 뒤늦게 왕은 자신의 과오를 깨우치고 오히려 세 번째 사관 처벌은커녕 포상을 해주기로 했다. 전국에서 일어선 유생들의 입을 막고자 한 행동이 역력했다. 그러나 이 세 번째 사관은 포상 받기를 거부했다. 역사를 바로 쓰려는 것도 사관의 책임인데 어찌 임금이라고 해서 올바른 일 즉, 해야할 일을 한 신하에게 포상이라니 건전하지 못한 상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세 번째 사관의 설명이었다.
상을 받을 수 있는 경우인지, 아닌지를 현명하게 판단한 사관의 사고였다. 만에 하나 이 세 번째 사관이 절대권력 앞에 상을 받았더라면 후세 사람들은 왕권을 찬탈한 폭군 환공과 같은 반열에 끼워 두고두고 손가락질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상을 주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이 더 당당하고 정직해야 한다는 진리를 익히자는 것이다. 상 받을 처지가 아닌 사람이 상을 받았다면 뒤를 돌아볼 때가 아닌지 함께 생각해 볼일이다.
시민들 가운데는 일부 각급 연말 수상자들을 두고 상당한 비판적 냉소를 던지고 있기도 하지만 더 한층 내 이웃과 지역, 그리고 사회에 보람된 일을 하도록 그들을 지켜보며 격려해주는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는 사실에 동의해 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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