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뉴스 한길뉴스 기자) = ”집으로…’라는 영화를 보고 할아버지 안계신 덩그런 외가집에 홀로 계신 할머니 생각에 많이 울었어요'(엄상혜.여.밀양초등 4년) ‘비록 그땐 절 버렸지만 전 어머니를 영원히 사랑할 거예요… 아주 먼 훗날 다시 태어날 기회가 생기고, 또 어머니의 자식이 될 수 있다면 그땐 안버리실거죠?'(황XX.여.고교2년) 집 전화와 휴대폰에 밀리고 컴퓨터 키포드로 두드리는 이메일에 자리를 내주면서 사라져간 ‘종이 편지’는 받아보는 것 자체가 사건이요, 스스로 종이편지를 쓰기란 더욱 힘든 일이 되버렸다.
경남 밀양시가 최근 실시한 가족사랑 편지쓰기 공모에는 그동안 써보지 못한 편지에 대한 갈증을 일제히 풀기라도 하듯 초.중.고생과 가정주부에 이르기까지 250여명이 애틋한 가정사와 절절한 가족사랑을 담아냈다.
초등부 최우수작으로 뽑힌 엄양은 고향과 부모들을 잊고 살아온 많은 국민들을 울린 영화 ‘집으로…’를 보고 간절해진 할머니 생각을 적고 더 늙지도 말고 언제까지나 곁에 있어주시길 신신당부했다.
‘따가운 햇빛아래 밭일 너무 힘들게 하지 마시고 쉬엄쉬엄하세요… 제가 다 자라 할머니께 받은 사랑 다 갚을 때까지 오래 오래 우리 곁에 계셔주세요. 약속!꼭!’ 고등부 최우수작인 황양의 편지는 어릴 적 어머니로부터 버림을 받고 아버지의 술 주정에 괴로워하던 어린 시절을 겪은 여고생답지 않게 담담하면서도 건강한 심성으로 적고 있었다.
‘어머니란 단어는 제겐 참 낯선 단어예요. 한 번도 입 밖으로 어머니란 이름을 불러 본 적이 없으니까요….제가 죽기전에 어머니를 한번이라도 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안 보는 게 더 나을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서른 여덟에 청상이 된 후 홀로 5남매를 키우셨던 어머니의 일생을 장성한 후 반추해본 일반부 손양미(39.여)씨는 ‘대학교 다닐 때 장학금을 놓치자 결혼 예물로 받은 어머니의 유일한 반지였던 쌍가락지와 하나밖에 없는 귀한 남동생 돌 반지를 팔아서 등록금을 마련해주셨던 일 등이 기억에 떠 오릅니다’고 썼다.
‘다음 어버이날엔 사랑하는 어머니 가슴에 카네이션을 영광의 표상인 양 가슴에 달아드리겠습니다. 아버지 몫까지 함께 하신 분이니까요’ 황양과 손씨는 최우수작으로 뽑힌 뒤 시청직원 등이 모인 자리에서 직접 편지를 읽으면서 울음을 터뜨려 주위를 눈물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한길뉴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