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제현) = 세인(世人)은 대개 남에게 주는 것은 꺼리며 받는 것은 좋아한다. 하기에 걸인(乞人)을 반기는 사람은 드물다. 돌려받을 희망이 없는 걸인에게는 주면 주는 만큼 손해란 계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이 인간만큼 이률 배반적인 동물이 지상에 또 있을까? 싶게 혀를 내 두르게 하는 부분이다.
주는 것이 싫으면 받는 것도 싫어해야 당연할 터인데 말이다. 따라서 주는 것이 받는 것이란 논리는 일견 실(實)없는 변(辯)처럼 들릴 소지가 다분하나 이러한 이치(理致)는 고뇌에 벅찬 삶을 살아오면서 체득한 필자 나름의 적은 깨달음 이였다.
따라서 주는 것이 받는 것이란 논리는 각박한 현실 사회에서 실천하기 무의미한 덕목으로 보이긴 하나 이러한 난세에서 차별된 자신의 개성을 심어가는 독특한 발상일 수도 있다.
다만 무엇을 바라며 베푸는 것은 별로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타인에게는 부담을 주는 일이 되어 이로울 것이 별로 없다.
서울에 살고 있는 필자의 가까운 친척 한 분은 이것저것 해봐도 잘 되는 사업이 없고 하여 은행 빚을 내어 식당을 차린 일이 있다. 처음에는 손님이 다소 찾아오는가 싶더니 지날수록 손님이 줄어들기 시작 하더라는 것이다.
결국 나중에는 손님이 없어 식당은 텅 비어 파리만 날리는 처지로 전락하여 존패의 기로에 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더 이상 장사를 하는 것이 무모함을 느끼고 식당 문을 닫아 버리려는 마음 까지 먹었다는 것이다.
오지 않는 손님을 끌고 올 수도 없는 일이다 보니 매상은 급감하고 그렇지 않아도 만만찮은 임대료를 걱정할 처지에 놓여 있다는 사연을 상경(上京)하여 우연히 들린 필자에게 하소연하는 것 이였다.
이때 필자가 식당은 이문(利文)이 많은 장사냐고 물은 즉, 어지간히 팔리기만 하면 돈도 벌 수 있을 정도로 이문이 썩 많은 장사라는 것. 이문이 많다는 것은 손님들에게 손해를 끼친다는 말이 아닐까? 이런 경우 장사가 시원찮아 파리만 날리게 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느낌이 들었다.
음식 재료를 아껴서 맛없는 음식으로 손님을 속인 당연한 결과 인 것이다. 필자가 말하기를 지금 까지는 제대로 재료를 넣지 않는 음식으로 손님을 대접해 온 것으로 보이니, 이제부터는 묵은 빚을 갚는다는 마음으로 별로 이문을 남기지 않는 음식을 만들어 손님에게 베푸는 장사를 해보라고 권고하자 그분 역시 필자를 신뢰하는 터라, 말대로 실행해 보았다는 것이다.
그 후 차츰 차츰 손님이 늘어나 요즈음은 손님이 많아서 걱정을 면 하게 되었다고 필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왔다.
맛이 좋다고 소문이 자자하자 의외로 그렇게 손님이 많이 찾아오더라는 것이다. 간단한 말 한마디 해 준 필자에게 고맙다는 인사가 지나칠 정도여서 미안함을 느끼는 처지다.
이런 경우는 본인이 베푼 이타(利他)행의 공덕에 감사해야 될 터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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