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쿤] 시신 18일 새벽 한국 도착, 장지·장례절차 확정 안돼(공동취재) = 칸쿤에 나가 있는 인터넷기자협회 소속사 기자들은 민중의소리, 참세상방송국외에 한국농어민신문(디지털농어민 http://agrinet.co.kr) 서상현 기자 등 모두 4명입니다.
<10신 16일 자정, 현지시간 15일 오전 10시>
* 현지 인터넷 사정으로 기사 송고가 늦어진 점, 사과드립니다. /편집자
14일 오전 11시 칸쿤 시내 코바 거리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고 이경해 농민의 추도식은 유족을 포함한 200여 명의 추모객이 참석한 가운데 차분한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추도식에는 한국민중 투쟁단을 비롯해 비아 캄페시나와 멕시코 농민단체 대표들이 참석했다. 한 멕시코 시민사회단체는 이 전 회장이 숨진 자리에 추모비를 세우기로 했고, 칸쿤 시장도 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칸쿤에서 故 이경해 농민 추도식 열려
△故 이경해 전 한농연 회장 추도식에서 분향하는 유족들. 왼쪽이 맏사위, 오른쪽이 3녀 지혜씨. ⓒ민중의소리

이날 추도식에서 한농연 서정의 회장은 “남은 우리들은 당신을 기리는 슬픔을 우리 농업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을 것이며 당신이 보여준 농업과 농촌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나누어 갖겠다”며 ‘열사여 편히 가소서’라는 말로 추도사를 맺었다.
세계 농민단체 비아 캄페시나의 라파엘 알레그리아 대표는 추도사를 통해 “우리는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인 ‘WTO Kills Farmers.’라는 말을 꼭 기억해야 할 것이며, 이 말은 전 세계 농민들의 슬로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알레그리아 대표는 WTO 각료회담의 모든 협상이 다 무산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며, “비아 캄페시나는 이 성과가 모두 이경해 동지의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칸쿤에서 故 이경해 농민 추도식 열려
△친딸처럼 지혜씨를 안아 위로하는 라파엘 알레그리아 비아 캄페시나 대표 ⓒ민중의소리

말을 마친 알레그리아 대표는 준비한 꽃바구니를 이경해 농민의 셋째 딸인 지혜 씨에게 전달했다. 그는 마치 딸을 대하듯 지혜 씨를 안아 다독여 주었고 “슬퍼하지 말라”고 말을 건넸다.
지혜 씨는 “아버지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답했고, 이 말에 알레그리아 대표는 염려말라는 듯 주먹을 쥐어 들어보이더니 눈물을 흘렸다.

칸쿤에서 故 이경해 농민 추도식 열려
△”아버지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해주세요.” ⓒ민중의소리

식이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내내 눈물을 흘려 카메라 기자들의 집중 플래시 세례를 받은 지혜 씨는 이날 유족 대표 발언에 나섰으나 ‘감사하다’는 말과 ‘아버지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해달라’는 말 외에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한국민중 칸쿤 투쟁단 정광훈 단장은 “우리 세상은 상품이 아니라고 말하며 몸을 던진 이경해 동지는 WTO 반대 투쟁 시위 중에 몸을 던진 첫 번째 사람”이라고 말했다.
‘우노르까’라는 멕시코 시민 단체의 대표는 이경해 열사가 숨진 자리에 추모비를 세울 계획이며 칸쿤 시장의 동의도 받아냈다는 것을 전했다. 우노르까는 한국 투쟁단으로부터 추모비의 디자인 등에 대한 제안을 받겠다고 말했다.

칸쿤에서 故 이경해 농민 추도식 열려
△이경해 농민이 숨진 자리에 마련된 분향대 ⓒ민중의소리

유족과 농민단체 대표들의 헌화식을 끝으로 추도식은 한 시간 만에 마무리되었다. 이경해 전 한농연 회장의 유해는 칸쿤 시각으로 15일 밤 10시에 한국행 비행기를 타게 되며 한국 시각으로 18일 새벽 2시 반경에 인천 공항에 도착한다.

칸쿤에서 故 이경해 농민 추도식 열려
△분향하는 농민연대 대표들. ⓒ민중의소리

장지 선정 문제로 시신 인수 서류에 서명하기를 미루었던 유족들은 14일 오후 6시 경에 인수 서류에 서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 장수(이 전 회장의 고향)를 장지로 하자는 한농연 측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아니지만 유족들은 일단 시신을 한국으로 모셔가겠다는 입장이다. 또 한농연 측은 도착일인 18일에 장례를 치를 것(사망일인 10일부터 치면 9일장)을 권하고 있지만 유족들은 한국에 도착한 날부터 계산하여 5일장(22일 장례)을 고집하고 있어 의견 차이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칸쿤에서 故 이경해 농민 추도식 열려
△추도식이 시작되기 전, 한 여인이 간이 분향소 앞에 국화꽃잎을 뿌리고 있다. ⓒ민중의소리

칸쿤에서 故 이경해 농민 추도식 열려
△유족들. 왼쪽부터 순서대로 조카, 여동생, 셋째딸, 맏사위. ⓒ민중의소리

칸쿤에서 故 이경해 농민 추도식 열려
△이경해 농민의 간이 분향소 앞에 멕시코 농민이 꽃과 곡식으로 만들어놓은 태극 무늬. ⓒ민중의소리

2003년09월15일 ⓒ민중의 소리

한길뉴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