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옥) = 여중생 압사 사건, 페르난도 니노 병장 무죄 판결
여중생 범대위 “무효 판결 받아들일 수 없다” 강한 반발
억울하게 숨진 누이들은 하늘에서 울고 있는데, 누이들을 장갑차로 깔아죽인 미군은 무죄평결을 받았다.
20일 오후, 지난 6월에 벌어진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과 관련, 과실치사 혐의로 주한 미8군 사령부 군사법원에 기소된 궤도차량 관제병 페르난도 니노 병장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 군사법원에서 진행된 이날 공판에서 배심원단이 검찰과 변호인측의 진술을 종합, 이같은 판결을 내리면서 페르난도 니노 병장에 대한 재판은 종결됐다.
최후진술에서 검찰측은 니노 병장이 사고 차량을 정지시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지 않았음을 강조했지만 배심원들은 ‘피고인의 과실이 있었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이나 피해자의 과실이 클 경우 무죄’라며 과실치사의 요건을 설명한 판사의 말에 더 귀기울인 듯 하다.
미국은 사건 당시부터 ‘매우 유감스러운 사건이지만 공무 중 일어난 어쩔 수 없는 사건이었다’면서 재판권 이양을 거부했지만 여중생 범대위쪽은 ‘결코 해당 미군을 처벌하지 않을 것’이라며 재판권 이양을 계속해서 촉구해온 ‘최악의 우려’가 현실로 됐다.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이 여중생 압살사건 재판의 비공개적 진행과 무죄평결 우려에 대해 규탄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경원 전의원, 노수희 전국연합 공동의장, 오종렬 전국연합 상임의장,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 이종린 범민련 의장, 이관복 박정희기념관 반대 공동대표. <사진제공 = 민중의 소리>

여중생 범대위는 무죄 판결 소식이 전해진 직후 “이 재판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번 재판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범대위는 “이번 미 군사재판이 살인미군에게 면죄부를 주고, 우리 국민의 여론을 면피하기 위한 기만적인 재판이었음을 다시 한 번 증명해주고 있다”며 21일 오전 9시 경기도 동두천 캠프 케이시 부대 정문 앞에서 재판권 이양을 강력히 촉구하는 제2차 총력투쟁대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니노 병장, 무죄 평결 혹은 가벼운 평결이 나올것이라는 추측 제기
<1신 : 오전 11시> 지난 18일부터 열린 니노 병장에 대한 공판에서 판결의 초점은 ▲피고인의 경고가 통신헬멧의 결함 때문에 운전병인 마크 워커 병장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는지 여부와 ▲통신 장비 이상으로 발생한 사고에 대한 책임이 관제병에게 있는지 여부였다.
3일간 열린 공판에 출두한 증인들은 통신 장비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에는 대부분 동의했다.
변호인측은 이 사건의 책임을 장비 문제로 돌리며 관제병은 최선을 다했음을 강조했다.
변호인측 증인으로 출두한 안전조사반 조사관 윌리암스 중사는”‘사고가 일어난 이튿날 헬멧을 쓰고 통신을 시도해보니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서 플러그를 다시 연결해봤더니 제대로 됐다”고 진술했다. 변호인측의 또 다른 증인은 “사고 차량이 출발하기 2시간 전에 통신 장비를 고쳤지만 다시 고장 난 듯하다”며 “이러한 일은 드문 일이 아니다”라고 진술했다.
반면 검찰측은 통신장비에 이상이 있을 경우 관제병인 니노 병장이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사고 위험을 알렸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검찰측 증인으로 출석한 진 윌슨씨는 “통신 장비가 가끔식 작동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 것은 사실이며 이 경우 관제병이 운전병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손이 닿지 않을 때를 대비해 막대기를 가지고 탄 뒤 운정병을 찔러서 주의를 주는 경우가 있다”고 강조, 검찰측의 주장을 도왔다.

여중생범대위 소속 회원단체들이 미군의 여중생 압살 재판에 대한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제공 = 민중의 소리>

그러나 검찰측 증인의 이러한 증언 외에도 당시 사고 현장을 조사했던 한 증인은 “사고 차량 운전병이었던 마크 병장이 사고 후에 진술한 바에 따르면 사고 당시 외부 상황보고를 듣던 중 페르난도 병장의 외침을 듣고 멈췄으나 이미 늦었다고 말한 바 있다”고 증언했다. 이러한 증언은 페르난도 병장은 최선은 경고를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마크 병장이 외부와의 교신 때문에 경고를 듣지 못했을 가능성을 뒷받침, 니노 병장의 죄를 가볍게 처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준다.
니노 병장에 대한 공판은 20일 이틀 동안 진행됐던 증인 심문을 참고, 배심원들이 유/무죄 평결을 내리게 된다.
피고인에 대한 평결에 대한 여러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무죄평결이 내려질 수도 있다는 추측과 함께 유죄 평결이 내려질 경우 과실치사죄 법정형 징역 3년에 피해자 2명이 적용되어 도합 징역 6년 정도의 판결이 내려질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어떤 판결이 내려지든 미국 주도의 재판에서 범대위측을 비롯 우리 국민이 납득할만한 평결이 내려지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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