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포 아냐? 하나만 피우라면’(한길뉴스 신종식 기자) = 한글과컴퓨터(한컴)는 27일 사무자동화 프로그램인 오피스2003 출시에 맞춰 이같은 광고를 냈다. ‘MS’라는 제품만 들어 있는 담배 자판기 사진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MS)가 독점하다시피 한 국내 오피스 소프트웨어(SW) 시장 상황을 보여주면서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한컴오피스2003의 가장 큰 특징은 MS의 오피스 프로그램과 데이터 호환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가격은 17만원대에 불과합니다.”
김근(42.사진) 사장은 “70만원대의 MS 제품보다 싼 데다 사용법이 쉬워 기업 시장을 공략할 수 있게 됐다 “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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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컴의 오피스 시장 도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기존 제품은 표계산 프로그램인 MS의 엑셀과 호환이 되지 않아 찾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한컴은 이번에 전략을 완전히 바꿨다. 엑셀과 호환되는 ‘넥셀’이라는 비장의 무기를 앞세운 것이다. 넥셀은 벤처기업인 넥스소프트가 개발한 제품. 한컴은 넥스소프트와 제휴해 한컴오피스에 넥셀을 추가했다.
“이미 부산대.한국과학기술원.제일은행 등이 한컴 오피스를 채택했어요. 성능 면에서 MS 제품과 차이가 없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죠. ”
지난해까지 MS의 마케팅담당 임원이었던 김사장은 올해 초 한컴으로 옮겨 친정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실제로 기능이 똑 같은지, 엑셀 연구 모임 ‘엑사모’의 운영자 강용림씨(38)와 함께 두 제품을 뜯어봤다.
두 프로그램의 겉모양은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메뉴의 아이콘 색깔도 같다. 이용빈도가 높은 덧셈 뺄셈 곱셈 등 사칙연산과 간단한 함수도 기능뿐 아니라 메뉴의 위치까지 같아 기존 엑셀 사용자가 넥셀을 처음 사용해도 불편함이 전혀 없다. 자료검색과 그래프 그리기, 셀 서식, 데이터필터링, 정렬 등 엑셀의 기본기능도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세세한 부분으로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넥셀에는 아웃룩 파워포인트 등 외부 데이터를 활용하는VBA(Visual Basic for Applications)나 사용자 정의 함수, 차트 전용시트 등 엑셀의 고급기능이 없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끌어다 활용하는 ‘웹 쿼리(web query)’ 기능도 빠졌다.
중급 기능도 엑셀에 비해 뒤진다. 표를 그릴 때 표 안에서 글자의 각도를 바꾸는 기능이 넥셀에는 없다. 순서대로 3, 6을 입력한 뒤 마우스로 클릭하면 넥셀은 ‘3, 6, 9, 12…’ 식으로 같은 값을 계속 더해주기는 하지만 엑셀처럼 ‘3, 9, 27, 81…’식으로 값을 곱해 주지는 못한다.
입력된 문자가 많을수록 오른쪽 스크롤바의 길이도 줄어드는 엑셀과 달리 넥셀은 스크롤바의 길이에 변함이 없어 문서 길이를 한눈에 가늠하기 힘들다.
장점도 있다. 그래프의 종류가 엑셀보다 많고 ‘¥ Å’ 등의 특수문자 배열이 엑셀보다 알아보기 쉽게 돼 있다.
강용림씨는 두 제품을 비교한 뒤 “기본적인 기능만 사용하면 큰 무리는 없겠으나 고급 사용자가 넥셀을 사용하면 불편함을 느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컴측은 “대부분의 엑셀 사용자는 전체 기능의 20%만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인이 사용하기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MS측은 “제품 기능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엑셀 시장 판도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긴장하는 모습. MS는 넥셀 시판일인 26일부터 한 달간 엑셀이 포한된 ‘오피스XP’와 ‘윈도XP’ 등을 한데 묶어 50% 할인판매한다. 그래서 넥셀에 대응하기 위한 ‘물타기’용 할인판매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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