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조선 이석우) = [조선일보 주간조선 기자] “외국 기업들이 돈 싸짊어지고 들어 오겠다는데 체면 같은 것 따질 이유 있습니까. 일단 구미에 투자한다는 기업이 있으면 시장, 부시장, 협력업체 사장들까지 모두 힘을 합쳐 올인을 하는 겁니다.”

경북 구미시청에서 만난 김관용(62) 시장은 시장이라기보다는 세일즈맨에 가까운 말들을 쏟아냈다. 김 시장이 내민 명함 뒷면에도 구미공단의 화려한 야경과 함께 “구미시에 투자하십시오”라고 찍혀 있어 보험사 직원의 명함과 다름없었다. 시청도 세일즈를 위한 공간이다.
화려한 소파와 격자무늬 창으로 꾸민 접견실은 국내외 투자자들이 모이는 공간이기 때문에 제법 돈을 들여 화려하게 꾸몄다. 반면 시청 1층으로 내려온 시장실은 단촐하지만 민원인들로 붐비는 공간이다.
외국 기업의 공장을 유치하는 데 특별히 공을 들이는 이유가 있습니까.
“한국 기업 유치를 두고 국내 지방자치단체끼리 아옹다옹하는 것은 결국 ‘내 땅 따먹기’가 아닐까요. 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 기업이 들어와야 국내 기업들과 함께 제대로 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돈와 기술이 함께 들어온다는 점에서 외국 기업의 공장 유치에 공을 쏟는 겁니다.”
구미시가 외국 기업의 투자를 끌어들이는 비법을 좀 알려주시죠. 투자 가능성이 있는 외국 기업의 리스트를 확보하는 방법도 궁금합니다.
“우리시의 영업비밀을 공개하는 것인데 좀 곤란한 질문이네요. 일단 큰 틀에서만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일단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해외 대사관을 활용합니다. 또 경북 출신의 해외 교민들을 명예통상원으로 임명해 현지 기업체에 관한 정보를 수집합니다. 시에서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 전문가를 채용해 현지의 주요 일간지, 경제지 등을 매일매일 번역해 자료로 만듭니다.
그리고 일단 실사단이 들어오면 무엇이든 다 해줍니다. 그쪽에서 시장을 부르면 시장이 가고, 관련 기관 직원들을 부르면 어떻게 해서든 데리고 와야죠. 물론 장기적인 관점에서 따져 볼 때 서로 ‘윈윈게임’이 돼야 한다는 전제하에서 말입니다.”
“첨단기술 기관·연구소 유치할 것”
구미에 외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입니까.

“아무래도 노조 문제입니다. 외국 기업들 사이에서는 한국 기업의 전투적인 노조 문화가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투자하라’는 말만 꺼내면 먼저 노조 문제부터 묻습니다. 하지만 구미의 전자통신업계에서는 지난 2월 노·사 간에 ‘산업평화선언’을 선포했기 때문에 투자유치 작업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당시에 노조간부들을 설득하느라 마시지도 못하는 소주를 죽도록 마셔봤습니다.”
산업공단이 들어서면 환경 문제와 복지 문제가 필연적으로 발생하는데 해결책이 있습니까.

“공단이라고 해서 예전처럼 굴뚝에서 매연을 쏟아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구미공단에 들어와 있는 공장은 환경오염이 적은 하이테크공장들이죠. 또 주변 시에서도 낙동강변을 따라 ‘동낙공원’을 조성하고 금오산을 환경친화적으로 개발해 근로자들이 일만 하는 곳이 아니라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미공단의 발전을 위해 어떤 비전을 갖고 있습니까.
“지금 공장이나 사업장은 구태여 시(市)가 모든 힘을 쏟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자체적인 경쟁력을 갖추었습니다. 앞으로는 IT, BT 등 첨단기술 분야의 정부 산하 기관이나 연구소 유치에 신경을 쏟을 예정입니다. 구미에는 국내외의 선도적인 기업들이 집합돼 있기 때문에 연구기관 입장에서도 개발한 기술을 상용화하고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실험공간이 많습니다. 기술과 산업이 공존하는 도시가 바로 구미시의 장기적인 비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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